국가 이미지와 수출가격

최근 한국은 온갖 추측, 비리, 실망, 허탈 등으로 점철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 추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라는 것이 추상적인 듯 하지만 수출하는 사람에게 국가 이미지란 사실상 현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국가 이미지와 수출가격
위의 그림은 10달러의 가치가 있는 똑같은 제품을 백화점에 전시할 때 어느 나라의 제품이라고 라벨을 붙였을 때 팔릴 만한 가격을 표시한 것이다. 순전히 국가 이미지에 따른 가격의 프리미엄을 연구한 자료이다. 한국은 U$11.51불로 꽤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만, 중국, 이스라엘보다 훨씬 좋은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영국, 스위스, 카나다 등 선진국보다는 역시 낮다.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았지만 우리도 같은 제품으로 무려 50%나 더 받을 수 있다. 이래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이미지라는 것, 그 것도 소비자의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란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 그 사람이 어느 물건에 대하여 갖고 있는 관념이다. 그 관념과 실체는 매우 다를 수 있다. 똑같은 물건에 대하여 중국제라면 U$7.44 만 지불하지만, 영국제라면 무려 U$14.13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2배나 차이가 난다. 현대자동차와 벤츠 자동차의 가격이 벌어져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벤츠 자동차는 현대 모비스나 한국산 부품을 많이 쓴다. 거꾸로 현대자동차에서 독일의 유명한 부품업체이 보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품질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현대와 벤츠의 가격 차이는 매우 크다. 기술적인 차이에다가 독일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더 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독일하면 높은 품질에 장인정신이 깃들은 제품을 만드는 나라로 성가가 높았는데, 21세기에도 전 세계적으로 독일의 국가 이미지는 더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꾸준히 높아지다가 최근의 이러저러한 사태로 폭락세를 거두는 듯하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추락할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보기에 그 걱정은 오래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년 초에 이 사태에 대한 해결이 가닥을 잡고 한국이 다시 정상적인 국가로 돌아오면, 한국은 세계사에 남을 국가로 자리새김을 하게 된다. 그 것은 무려 천 만 명이 모인 집회에서 단 한명도 죽지 않고, 경찰에 체포된 사람도 없이 국가 권력에 저항해서 온전한 민주 국가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천 만 명이 모였다면 그 안에는 반드시 있는 비이성적인 과격분자와 파괴분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온전히 합리성과 평화 존중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6.29 민주화 선언이후 한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던 그 때를 다시 기억해보자. 이번에는 그 보다 훨씬 더 큰일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의 국가이미지는 몇 단계를 넘어선 진정한 민주국가로 우뚝 서게 된다. 지금도 외국에서 한국은 ‘역동성’과 ‘첨단 기술’국가로 명성이 높다. 앞으로 평화 민주국가를 이룬 역동성을 가진 첨단 기술 국가의 이미지가 세계인에게 각인된다. 그러면 Made in Korea 제품은 독일제와 같은 가격을 받게 될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