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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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형태로 용역 계약을 맺은 웨딩플래너라 할지라도,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휘와 감독 등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상 근로자 여부를 따질 땐,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 종속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구의 한 웨딩업체 대표 A씨는 소속 웨딩플래너들에게 연차수당과 퇴직금 등 6400여만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96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A씨 측은 “피해자들이 프리랜서 지위에 있었어서 근로자가 아닌 만큼,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항변했으나, 1심은 그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례상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자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등이 근로자 여부를 가리는 지표들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매일 일정 시간에 출퇴근을 했고, A씨는 전산망을 통해 이들의 근태관리를 했다. 또 A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피해자들의 세금관리를 맡았으며, 피해자들은 개인사업자의 지위도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기본급 외에 제휴업체들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소위 프로모션비가 있기는 했다”면서도 “이런 부수적 수입이 있다고 해서 근로자성을 부정할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하긴 했다”며 “그러나 이는 피고인(A씨)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로 하여금 작성토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심은 A씨의 형량을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A씨가 초범인 점과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을 감안할 때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일 뿐, 피해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 업체 측이) 계약건수의 목표치를 정해주고 관리하는 등 피해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