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야권인사 무더기 체포 이어 선거제 개편으로 타격"
"입법회 선출직 20석으로 줄어들 듯"
"중국 탄압에 홍콩야권 절망…당해체·은퇴 논의도"
중국이 지난해 홍콩보안법 제정에 이어 9개월 만에 홍콩 선거제 개편에 나서면서 홍콩 야권이 동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100여 명이 체포된 데 이어 당국이 공직 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홍콩 범민주진영은 손발이 묶일 상황에 부닥쳤다.

SCMP는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과 제2야당인 공민당을 비롯해 범민주진영이 중국의 잇따른 조치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말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이 무더기 기소되면서 야권에 두려움이 퍼져나가고 있고, 야권에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후보군 자체가 심각하게 쪼그라들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SCMP에 "매일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나는 내 발언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만, 어느 날 당국이 내 발언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외국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홍콩에 대해 안 좋게 얘기했다고 비난을 받게 될까?"라고 반문했다.

SCMP는 범민주진영 47명이 기소된 이후 주석의 일과에는 구치소를 방문해 구속된 동지들을 만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공민당의 떠오르는 스타 레티샤 웡(黃文萱) 구의회 의원은 "당 해체 논의가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기소된 47명 중 앨빈 융 전 주석을 포함해 4명의 공민당원이 법원에서 보석 심리 도중 공민당 탈퇴를 선언했다.

SCMP는 "일부에서는 이들의 탈당에 대해 정치를 그만두고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법원에 증명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웡 의원은 "우리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 주석은 아직은 당내 사퇴 움직임이 없지만, 일부는 결국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당을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탄압에 홍콩야권 절망…당해체·은퇴 논의도"
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원칙으로 내세워 출마자의 '애국심'을 심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거나 관련 언행을 한 자는 선거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지난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홍콩 선거제 개편안은 이제 전인대 상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SCMP는 입법회 의석 90석 중 선출직 의석이 현재의 35석에서 20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모든 위험 요소를 없애기 위해 홍콩 역사상 가장 적은 선출직 의석수를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콩 반정부 시위를 다수 조직했던 민간인권전선의 피고 찬 대표는 중국 정부의 여러 행동이 홍콩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켰다고 개탄했다.

그는 홍콩에는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오는 전통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폭력 시위에 대한 우려로 당국이 지난 2년간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의 퇴행적인 선거제 개편은 반대 진영의 또다른 창구인 입법회 입성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