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심상찮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거래의 외부청산 의무화와 전자지급거래 청산업 신설 및 이에 대한 금융위 감독권 부여가 논란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네이버 카카오 등에 모든 내부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에 의무 제공토록 하고,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빅테크의 도산 등에 대비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고, 한은은 지급결제 업무야말로 중앙은행 고유 기능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은행과 행정부 내 금융감독 부처인 금융위는 설립목적이나 주된 업무가 다르다. 그런 만큼 소비자 보호와 핀테크 업계의 발전, 지급결제 기능의 전문성과 안전성 확보는 두 기관이 원만한 협의로 추구할 과제다. 국회 정무위에 오른 개정안은 명백히 금융위 입장을 반영한 것인 만큼, 한은이 우려하는 대목에 좀 더 진지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취약점이자 문제점은 또 한 번 개인정보가 정부 관할·통제하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은이 아예 ‘빅브러더 법’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은은 “빅브러더 논란은 국민의 일상적 거래정보를 강제적으로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제기할 만한 문제다. 두 기관 간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빅브러더 법에 대한 우려’를 거두절미한 채 한은만 편드는 것으로 치부하는 단선 논리는 미리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편 나누기는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하는 것만큼이나 금융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

결제시스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빅브러더를 조장하고 재촉하는 요인이 너무 많다.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나는 신용카드의 사용내역, 소득·자산 관련 온갖 세무 정보, 하이패스에 남는 이동경로, 수많은 CCTV 등 끝이 없다. ‘전자정부’란 구호 아래 ‘모든 일상이 IT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명분도 있고, 효용성도 있는 게 많다. 하지만 하나로 통합·통제될 때에는 ‘개인’도 ‘사적 영역’도 없어진다. 일종의 ‘구성의 오류’다. 빅브러더 사회도 사전에 하나하나 기획되고 설계돼 완성되는 게 아닐 것이다.

개인정보가 정치권력에 의해 악용되거나 행정편의로 오·남용될 경우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해킹 우려도 있다. 개인정보의 유출과 악용을 막겠다며 익명정보 활용조차 규제한 게 정부와 여당이었다는 사실은 벌써 잊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