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학대 사망' 부검 결과 나오기전 살인죄 적용해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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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부실 대응 여론 뭇매 맞은 경찰, "미필적 고의 인정돼"
검찰 기소ㆍ법원 판결 주목…대법 2017년 '원영이 사건'때 살인죄 인정
10살짜리 여조카를 마구 때리고, 이른바 '물고문'을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모 부부에 대해 경찰이 17일 살인죄를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누리꾼들은 "이게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 살인이냐"는 등 당연하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찰이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피의자 이모 A씨와 이모부 B씨는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아파트에서 맡아 돌보고 있던 조카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마구 때리고,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학대 후 C양이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했고, 숨진 C양의 상태를 본 병원 측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 부부를 추궁한 끝에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하루 뒤인 지난 9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현행법은 살인죄 적용에 관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경찰은 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당시로선 혐의 입증이 확실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C양의 부검 결과와 A씨 부부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혐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구속기한(경찰 10일) 내에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았고, A씨 부부의 진술도 초기 진술에서 진일보가 없었음에도 불구, 최종적으로 살인죄 적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으로 크게 논란이 된 '정인이 사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인이 사건'은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 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으며,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피의자인 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지난달 13일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삼고 기존의 아동학대치사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돌려 공소장을 변경했다.
경찰은 이번 '조카 물고문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어린아이에게 폭행과 이른바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면,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의자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며 "피해자가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1차 소견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속발성 쇼크사란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유지해 종국적으로 A씨 부부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경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경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은 여론을 의식해 보다 무거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고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범행했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증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부검감정서가 없더라도 부검의 소견과 피의자들의 범죄 행위, 이 밖의 여러 단서를 종합해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면밀한 수사를 통해 전체 학대 과정을 낱낱이 밝혀낸다면 살인죄 유죄 판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사건 직후 피의자들이 직접 119에 신고한 행위 등은 미필적 고의와는 반하는 것이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2017년 4월 '찬물학대·락스세례' 등 잔혹한 범행으로 7살 신원영군을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이 영하 8도의 날씨에 원영이를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 가둔 채 찬물과 락스를 뿌리고, 원영이가 사망하기 전 숨을 헐떡이는 체인스톡 호흡을 한 점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을 유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
검찰 기소ㆍ법원 판결 주목…대법 2017년 '원영이 사건'때 살인죄 인정
10살짜리 여조카를 마구 때리고, 이른바 '물고문'을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모 부부에 대해 경찰이 17일 살인죄를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누리꾼들은 "이게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 살인이냐"는 등 당연하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찰이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들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피의자 이모 A씨와 이모부 B씨는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아파트에서 맡아 돌보고 있던 조카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마구 때리고,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학대 후 C양이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했고, 숨진 C양의 상태를 본 병원 측은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 부부를 추궁한 끝에 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하루 뒤인 지난 9일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현행법은 살인죄 적용에 관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경찰은 영장 신청 단계에서는 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당시로선 혐의 입증이 확실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C양의 부검 결과와 A씨 부부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혐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구속기한(경찰 10일) 내에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았고, A씨 부부의 진술도 초기 진술에서 진일보가 없었음에도 불구, 최종적으로 살인죄 적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으로 크게 논란이 된 '정인이 사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인이 사건'은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 신고를 부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으며, 결국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피의자인 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지난달 13일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삼고 기존의 아동학대치사는 예비적 공소사실로 돌려 공소장을 변경했다.
경찰은 이번 '조카 물고문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어린아이에게 폭행과 이른바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면,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의자 부부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며 "피해자가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1차 소견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속발성 쇼크사란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유지해 종국적으로 A씨 부부를 살인 혐의로 기소할 경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경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부검감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은 여론을 의식해 보다 무거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고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범행했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증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부검감정서가 없더라도 부검의 소견과 피의자들의 범죄 행위, 이 밖의 여러 단서를 종합해 경찰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면밀한 수사를 통해 전체 학대 과정을 낱낱이 밝혀낸다면 살인죄 유죄 판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사건 직후 피의자들이 직접 119에 신고한 행위 등은 미필적 고의와는 반하는 것이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2017년 4월 '찬물학대·락스세례' 등 잔혹한 범행으로 7살 신원영군을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의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이 영하 8도의 날씨에 원영이를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 가둔 채 찬물과 락스를 뿌리고, 원영이가 사망하기 전 숨을 헐떡이는 체인스톡 호흡을 한 점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을 유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