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IB 국공립학교 탄생,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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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사대부초·중 첫 한국어 IB 인증
학생별 피드백 통한 양방향 수업 '만족'
학습 양극화도 해소할 효과적 방법 될 것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학생별 피드백 통한 양방향 수업 '만족'
학습 양극화도 해소할 효과적 방법 될 것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장 >
![[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IB 국공립학교 탄생, 변화가 시작됐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7.20583638.1.jpg)
IB는 1968년부터 스위스의 비영리 민간기구에서 해외 주재원 자녀들의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 및 대입시험이다. IB 학교 인증은 교사들의 변화 시간을 고려해 2년 내외가 걸린다. 초·중학교가 먼저 인증 완료됐고 연내에 대구의 3개 고등학교, 제주의 1개 고등학교가 인증이 완료돼 내년 3월부터 고등학교 IB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대구는 현재 15개교가 IB 인증이 완료됐거나 과정 중이고, 추가로 50개교가 IB 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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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옐로카드를 받은 부분은 영어(외국어)를 학생 수준과 무관하게 학년별로 수업하는 점이었다. 우리 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수업과 평가를 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IB는 외국어의 경우 수준과 무관하게 같은 수업과 동일한 시험 문제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인식한다. 공정에 대한 철학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수업의 가장 큰 변화는 개별 피드백이다. 기존 수업에서 피드백은 의무 요소가 아니지만, IB에서 개별 피드백은 필수불가결한 의무 요소다. 코로나19 때문에 원격 교육을 해야 할 때도 수업의 실시간·비실시간 여부는 관건이 아니었다. 피드백을 많이 주는 ‘양방향’ 수업인지가 중요했다. 온라인으로도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니 학습 결손이 없었다. 코로나 학습 격차도 당연히 없었다.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교과서 펴고 암기하는 학생이 없다는 것,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역량이 압도적으로 커졌다는 것, 엎드려 자는 학생이 없다는 것,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모든 과제와 시험이 직접 말하고 쓰는 ‘생각을 꺼내는’ 형태이다 보니 논술형·발표형 평가에 익숙해졌고 각자 스스로의 관심사를 찾으려 노력한다. 학생 주도 수업이니 학력 저하 걱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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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쾌거는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나 특목고·자사고인 경기외고·충남삼성고에서 영어로 운영돼 귀족 엘리트 교육으로 인식되던 IB 교육이 ‘한국어’로 ‘무상 공교육’에 도입된 첫 번째 사례로 의미가 있다.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학습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아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원 행정업무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수능 최저등급 요구 없는 수시 전형으로 지원하게 될 IB 학생들의 2024년도 대입이 기대된다. 교육부 신년 업무계획에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교육 모델이 지방에서 태동하고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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