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힘은 엄청났다. 정확히는 개미(개인투자자)의 힘이었다.

지난주 글로벌 주식시장의 최대 뉴스는 ‘게임스톱’ 사건이었다. 미국 헤지펀드들이 개미와의 공매도 전쟁에서 패해 100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게임스톱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공매도했다).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 때 싼값에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되갚으면 큰 수익을 보게 된다.

이런 예상을 개미가 뒤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뭉친 310만명의 개미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폭등시켰다.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오르지 못하게 사력을 다했지만 개미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게임스톱 사건과 근시안적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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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와 비평

게임스톱 사건은 ‘근시안적 마케팅’을 떠올리게 한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는 “당신을 무너뜨릴 경쟁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근시안적 마케팅을 설명한다.

영원히 번영할 것만 같던 미국 철도 산업은 192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빠르게 쇠퇴한다. 미국 철도 산업의 몰락은 승객 및 화물 운송 수요가 감소하거나 철도 회사 간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시장을 편협하게 정의한 ‘근시안적 마케팅’ 탓이다. 운송 수요는 꾸준히 늘어났지만 자동차, 트럭, 항공기 등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런데도 철도 회사는 다른 철도 회사와의 경쟁에 골몰하느라 자동차, 트럭, 항공기 같은 대체 산업이 자신을 무너뜨릴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에 100조원의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철도 회사와 닮았다. 다른 헤지펀드와의 경쟁에 골몰했을 것이다. 개미가 자신을 무너뜨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무너뜨릴 경쟁자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근시안적 마케팅을 피하는 방법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고객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화물을 보내려 할 때 ‘어느 철도 회사를 고를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느 운송 수단을 이용할까’를 고민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