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두정희 재활치료센터장
장애아 재활치료에 몸바친 36년…"소명의식 덕에 가능했죠"
"지난 36년을 돌이켜 보면 모든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죠.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두정희(60)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재활치료센터장은 올해 12월 정년퇴직을 앞둔 28일 재활치료 분야에서 일해 온 지난 36년을 돌아보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두 센터장은 1984년 물리치료사로 재활치료 분야에 발을 들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28년간 근무하다 2012년 푸르메재활센터로 이직했고 2016년 4월 어린이재활병원이 문을 열자 이곳에 몸을 담았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가 두 센터장의 손을 거쳐 갔다.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는 재활치료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건 '소명 의식'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두 센터장은 "어릴 때 뇌수종을 앓던 오빠와 한쪽 다리를 끌며 걸었던 여동생을 일찍 떠나보냈다"며 "아이들을 잃고 힘들어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장애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기를 바랐고, 작업치료라는 분야를 만나면서 소명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장애아 재활치료에 몸바친 36년…"소명의식 덕에 가능했죠"
◇ "장애인은 시간 갖고 기다려줘야…'아무것도 모를 것' 편견에 기회 잃어"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치료 도구 개발로도 이어졌다.

두 센터장은 뇌병변, 발달장애 등으로 걷기나 손으로 쥐기 등 신체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방안을 생각하다 특기인 바느질을 이용해 직접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골반 움직임 때문에 두 다리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밴드, 낙상 위험은 줄이면서도 걷기 훈련을 시킬 수 있는 벨트, 손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갑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두 센터장은 "처음에는 치료사들이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보호자들이 집에서 아이를 치료할 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호자 대상 프로그램으로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장애아 재활치료에 몸바친 36년…"소명의식 덕에 가능했죠"
아이를 조산한 보호자들에게 이른둥이들을 어떻게 가정에서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조산 클래스도 두 센터장의 아이디어다.

두 센터장은 재활치료 분야에 몸담은 초기에 뇌병변을 앓던 여덟 살 아이를 만난 일이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장애 정도가 심해 의사 표현을 전혀 못 한다고 여겼던 아이였는데 스스로 TV를 보고 한글과 영어를 습득해서 손을 가져다 대면 글씨를 써 표현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왜 그동안 다 알아듣고 있으면서 얘기하지 않았냐고 하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물어보지 않았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아이를 통해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됐다"며 "장애가 있는 사람은 비장애인보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장애인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며 지레 편견으로 대하면 장애인들은 많은 기회를 잃게 된다"고 했다.

퇴직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는 두 센터장은 "여태까지 살아가는 의미의 1순위였고 최선을 다했던 일을 하루아침에 접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내 지식을 나누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