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조합 설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민 동의율 75%를 넘긴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 전경.      한경DB
서울 강남의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조합 설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민 동의율 75%를 넘긴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 전경. 한경DB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초기 재건축 단지들의 조합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 중 5곳이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 75%를 넘어서고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연내 조합 설립 신청을 마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집주인이 2년 이상 거주해야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재건축 조합 설립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구역 재건축 동의율 75% 달성

신현대 동의율 75%…속도 내는 압구정 재건축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1구역(미성1·2차)과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다. 이들 구역의 추진위원회가 지난달 8일 입주민에게 동의서를 발송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압구정1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강남구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에는 24개 단지, 총 1만466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이 중 1구역 및 2구역과 함께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 등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넘겼지만 그동안 재건축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장기 거주한 노년층이 많은 데다 큰돈을 들여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가구도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가 ‘6·17 대책’을 통해 올해 안에 조합 설립을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를 대상으로 2년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3구역은 지난 9일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다. 9월 주민 동의율 75%를 확보한 4구역과 5구역은 다음달 조합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과거 통합 조합을 설립하려 했다가 무산됐던 6구역은 구역 내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한양7차가 단독으로 조합을 설립한 상태다. 최근 들어 주민들 사이에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세 급등…최초 60억원대 거래도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가 높은 데다 조합 설립 이후 매물이 잠길 가능성이 커 미리 아파트를 확보해 두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조합 설립 인가 이후에는 10년 이상 소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 및 해외 이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조합원 지위 및 입주권을 양도하지 못한다.

9~10월 두 달 동안 압구정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거래 31건 중 16건이 신고가를 썼다. 압구정현대7차 전용 157㎡는 지난달 15일 신고가인 41억9000만원에 팔리며 8월(40억원)보다 1억9000만원 뛰었다. 8월에는 압구정현대7차 전용 245㎡가 신고가인 65억원에 거래됐다. 압구정동 일대 1만여 가구 중 60억원대를 넘긴 매매 거래는 처음이었다. 지난해 5월 전고가(52억원)에 비해 13억원 올랐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를 강화하면서 압구정동 같은 강남권 ‘똘똘한 한 채’에 몰리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내년 6월 전까지 압구정동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