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난민'까지 가세 서울발 수요는 여전
입주 아파트도 매매·전세 매물 잠김
"투기꾼들, 벌써 빠졌다" vs "대부분 실수요다"
김포 집값에 놀라…고양시·인천으로 이동도
가파른 집값 상승에 규제지역으로 유력해지고 있는 김포시의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보통 규제가 나온다고 하면 숨고르기에 들어갈만 하지만, 되레 대출 축소와 매물 감소를 우려한 실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경기도 김포시'가 아니라 '서울시 김포구'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에서 찾아온 수요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에서는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비규제지역인데다 대출규제도 없고 새 아파트가 많은 김포시로 더욱 몰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김포시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1.94% 올라,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현미 장관, 추가 규제 예고…김포시 매물 되레 줄어
11일 기자가 찾은 김포시 걸포동 일대도 서울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일대는 약 4000가구의 한강메트로자이 1~3단지가 지난 7월부터 입주를 하고 있는 곳이다. 전용 84㎡의 매물 호가는 8억원을 넘었다. 조정대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물이 오히려 줄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걸포동 A공인중개사는 "서울에서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많다"며 "매매는 물론 전세도 매물이 많지 않다보니 돌려보내는 게 일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강서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가 집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포에서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비규제지역으로 대출이 충분하다보니 매매로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지금이야 강서구나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이 김포라는 대안이 있지만,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이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며 정부의 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김포랑 파주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으면 수요들이 다시 서울로 몰릴 것이 아니냐"며 "그러면 다시 서울집값이 상승하게 될텐데 쉽사리 규제로 묶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7·10 대책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하니 투기자본들이 이들 지역을 피해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걸 통계 수치로 확인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어디건 간에 집값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주택 매집하는 분들이 최근 쏠림현상을 보이면서 지방에서 과도한 집값 상승이 나타나는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 김포를 비롯해 부산, 충남 천안 등 비규제지역을 암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시는 현지의 분위기처럼 '탈서울'의 대안이 됐다. 때문에 정부가 김포시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포시는 비규제지역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되고 있지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 9억원 이하의 주택은 50%로 줄게 된다. 8억원 아파트를 매입하는데, 현재는 2억4000만원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규제로 묶이면 4억원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수요자들은 간발의 차이로 1억원가량의 대출 기회를 놓칠새라 김포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신고가 거래는 분양권"…일각에선 거품 주장도
일각에서는 김포시 아파트들의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포시는 지난해부터 입주아파트가 몰렸고, 분양권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분양권은 내년부터 주택수에 포함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도 중과를 받게 된다. 때문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투자자들이 집값을 잔뜩 올려놨다는 주장도 있다.실제 올해 김포시에서 신고가를 경신한 주택들은 대부분 분양권 형태였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8억2500만원에 매매된 메트로자이 1단지 전용 84㎡는 분양권이었다. 이달부터 입주하는 고촌읍 캐슬앤파밀리에시티 1단지(2255가구)에서는 전용 84㎡의 분양권이 7억4289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4월만해도 4억5000만원대에 거래됐지만, 상승바람을 타고 7개월 만에 3억원이 급등했다.
고촌읍의 B공인중개사는 "미분양도 있었고 분양권 가격이 싸다보니 부동산이나 투자자들이 사놓은 물건들도 제법 있었다"며 "일부 단지는 이들이 높게 내놓으면서 가격이 올라간 경향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는 이러한 고가 물건을 매입하거나 받아내는 쪽이 실수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집 매입 계약은 보통 3개월 안팎으로 체결되는데, 김포에서는 1년짜리 대기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미리 매물을 잡아두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걸포동 C공인중개사는 "매물은 없는데 잡으려는 수요는 많다보니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를 미리 계약하기도 한다"며 "잔금은 내년 9월에 치르더라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선납하면 아파트를 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김포 아파트값이 급등한데다 매물도 없다보니, 고양시나 인천으로 이동하는 수요도 있다. 고양시는 경기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포에서 새 아파트에서 대출을 부담스럽게 끌어오느니, 다소 낡았더라고 대출이 적어도 되는 고양시 아파트로 이동하는 셈이다.
"김포도 비싸다"…고양시·인천 구축으로 내몰리는 '전세난민'
집이 없는 세입자들은 영락없는 '전세난민' 신세가 됐다. 내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화곡동의 김모씨는 "처음에는 무슨 김포를 가느냐고 했지만, 이제는 갈수도 없는 집값 수준이 되어 있더라"면서 "고양시나 인천 서구 쪽에 연식이 좀 된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김포시 풍무푸르지오(전용 84㎡)의 전셋값은 올해초만해도 3억원 초반대였지만, 이달들어 4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그나마도 매물은 찾기 어렵다. 10년차인 일산서구 덕이동 일산파밀리에(1676가구)의 경우 지난달 4억4000만~4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매물은 줄었지만, 김포에서 새 아파트 전셋값이면, 고양시에 오래된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다.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내 아파트 매입이 올해 들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3만3695가구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 시민들은 가장 많이 산 지역은 고양시였다. 예년에는 1∼9월 매입 건수가 평균 2202가구였지만 올해는 4246가구를 매입해 평균의 1.9배에 달했다. 남양주시는 같은기간 월평균 3436가구가 팔렸고, 김포시에서도 2995가구로 작년보다 3.6배 폭증했다.
한편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의 전셋난으로 밀려나온 수요들이 합세하면서 늘고 있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달 1만5369건으로 지난달(1만3654건)에 비해 12.5% 증가했다. 같은기간 김포시는 1476건에서 2294건으로 55.4%가 급증했다. 고양시는 10월 아파트 거래량이 1238건, 남양주는 764건으로 전달보다 각각 10.1%, 4.3%씩 늘었다.
김포=김하나 /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