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며 친(親)중국 노선을 걸었던 필리핀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 당선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소원했던 필리핀, 양국 관계 개선 모색
9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해리 로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바이든 후보 당선에 대해 따뜻한 축하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케 대변인은 "두테르테 행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의 새 행정부와 상호 존중과 이익에 기반을 두고 민주주의와 자유, 법치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지키며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더 강화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에서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할 수 있는 근거인 방문군 협정(VFA) 종료 절차를 추가로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올해 2월 미국에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해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에 이 협정이 공식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월 종료 절차를 최소 6개월간 중단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고 "여러분의 승리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양국 간 오랜 우정에 기반을 둔 공동의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의 측근인 프랜시스 판길리넌 상원의원은 미 대선은 민주주의가 국민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도 "바이든 행정부가 서필리핀해(남중국해)처럼 필리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난 50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