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배우 김혜수가 "'내가 죽던 날'로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김혜수는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과 일상이 무너진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진정성 있는 연기로 '역시 김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혜수는 작품에 큰 축이 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6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그는 "어떤 작품을 해도 모든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많은 것들이 버려지기도 한다. 1년 전 쯤 한동안 죽어있는 나를 보는 꿈을 꿨다. 저는 그걸 보면서 '치워주지'라는 생각을 했다. 현수의 상태를 설명하는데 맥락이 같은 것 같아 쓰인 것 같다"고 했다.

불안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 중 하나다. 김혜수는 "많이 괴로웠을 시기가 있었다. 꿈을 잘 안꾸는데 꾸기만 하면 그 꿈을 꾼다. 영화의 몇 컷 처럼. 당시에 지금 마음이 죽어있나보다. 심리적으로 죽어있는 상황이구나. 자연스럽게 꿈을 안꾸네? 하면서 조금 나아지려나 보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우리 일 하는 사람들은 불면증 다 있을 것 같다. 극복을 할 여력이 사실은 없었다. 이겨내야 한다는 게 없다. 전체적으로 내버려 둔다. 원하지 않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현실적으로 해야할 것들은 하고, 아닌 건 둔다. 조바심이라는게 들어올 만한 스페이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김혜수는 "마음에 남는 장면 좀 많다. 마지막에 순천댁(이정은)과의 만남, 내 공간에서 현수를 드러내는 장면도 그렇고, 제가 나오는 장면도 아니지만 순천댁과 세진의 장면 중에, '니가 남았다' 하는 부분. 인생은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길어라는 대사가 있다. 세포 하나하나 흡수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억나는 대사는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이 일이 없던 일이 되버리는거야'다. 우리가 그렇다. 예상하지 않고 원치 않은 일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거지? 원인을 찾지 못하면 자책하고, 돌이킬 수 없는거다. 시간은 돌릴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꿈이었으면 한다. 저도 그랬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인 '내가 죽던 날'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오는 1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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