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주파수 재사용료 산정 방식을 두고 정부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과거 경매 대가를 재할당 시 반영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사용료를 정하는 대신 경매를 통해 가격을 매기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주파수 재사용료 4兆 내라니…통신 3사 "차라리 경매로 하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3일 ‘정부 재할당 대가 산정 방향에 대한 통신 3사 의견’을 통해 “신규 할당과 달리 경쟁적 수요가 없고 기존 이용자 보호가 목적인 재할당 주파수에 대한 대가를 과거 경매가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통신 3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에 사용 기한이 끝나는 2세대(2G)·3세대(3G)·LTE 이동통신 주파수의 재사용료를 놓고 올해 초부터 갈등을 빚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주파수 재할당에 필요한 금액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학계 전문가 등으로 연구반을 구성해 산정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주파수는 통상 경매를 통해 사용 권한을 부여하지만 서비스를 제공 중인 대역은 경매 대신 심사할당 방식으로 재할당할 수 있다.

양측이 충돌하는 지점은 대가 산정 방식이다. 전파법 시행령 11조는 예상·실제 매출의 3%를 반영하는 정부 산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매 방식으로 할당한 적이 있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경매 대가 반영 유무에 따라 재할당 대가는 크게 달라진다. 통신사들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 유지가 목적인 만큼 경매 대가 고려 없이 매출 기준으로 대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 3사가 밝힌 적정 대가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과거 경매가 100%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게 통신 3사의 주장이다. 이 경우 4조원 이상의 가격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원을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통신 3사는 “경쟁적 수요가 반영된 과거 경매 대가를 기준으로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한다”며 “시장 변화에 따라 재할당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기존보다 낮아진 만큼 경매 대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할당 정책 변화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통신 3사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 경매 대가를 동일하게 반영하려고 했다면 과거 경매 시점에서 사전 설명이 있어야 했다”며 “이번 재할당 대가를 기존과 다르게 산정할 경우 관련 규정을 먼저 마련하고 사유를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과 통신 3사가 평가하는 금액 규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경매를 통해 시장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통신 3사는 “현재 산정 방식으로 재할당 대가가 결정될 경우 주파수 재할당과 신규 주파수 확보 계획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대가 수준에서 정부와 사업자 간 입장 차이가 크다면 기존 경매와 같이 관련 규정에 의거한 최저경쟁가격을 산정하고 경매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