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서울에서 발생한 증여가 7556건으로 특히 많았다. 전년 동기(1317건), 지난해 월평균(1042건) 등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집합건물 증여가 상반기 월평균 422건에서 이 기간 2509건으로 여섯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7월 11일에서 8월 10일 사이 수도권에서 집합건물 증여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건 7·10 대책의 일환으로 세법이 개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10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기존 3.2%에서 6.0%로 인상했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 고가주택을 한 채씩 가진 다주택자의 경우 세율 인상 전 7000만원이던 종부세가 최고 1억3000만원까지 뛰게 된다.
결국 7·10 대책이 발표된 시점에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택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매도만 있는 게 아니다. 주택을 다른 가족에게 증여해도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종부세 증가폭이 워낙 커 증여세와 취득세 증가분을 상쇄할 정도가 됐다.
증여가 급증하자 정부는 7·10 대책 발표 직후 부랴부랴 증여취득세 인상을 추진했다. 인상안은 8월 4일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 달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납세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증여취득세가 인상되는 8월 12일 전에 증여를 대부분 마친 것이다. 이 때문에 7~8월 증여 건수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났다.
정부의 조세정책 변화에 납세자들이 기민하게 대응한 사례는 많았다. 최근에는 반응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똑똑한 납세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정책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느린 납세자’는 상승한 보유세를 그대로 부담하거나 아파트를 매각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와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우병탁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겸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