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한 첫 주말은 ‘마스크만 쓴 코로나19 이전 가을’이라고 할 만했다. 교외의 주요 아울렛은 인파로 붐볐다. 에버랜드의 인기 놀이기구 대기 시간은 100분을 넘었다. 단풍 구경을 온 관광객들로 강원 설악산 주차장은 주말 내내 만차였다. 서울 한강공원에도 돗자리와 그늘막 텐트가 빽빽했다.

주가도 반응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유통·의류주가 기지개를 켰다. ‘보복적 소비’가 4분기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나들이객 늘자 유통·의류주 ‘활짝’

19일 현대백화점은 7.27% 오른 6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롯데쇼핑(6.94%), BGF리테일(4.92%), 신세계(4.65%), GS리테일(4.51%) 등 유통 관련주가 대부분 올랐다.

의류주도 줄줄이 올랐다. 지오지아·올젠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7.41%)과 디스커버리·MLB를 갖고 있는 F&F(6.84%)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업체인 한섬(5.02%),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로 유명한 더네이쳐홀딩스(4.92%) 등도 강세였다.

기관들은 유통·의류주를 집중 매입했다. 이날 기관이 현대백화점을 282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은 247억원어치 팔았다. 롯데쇼핑도 기관이 141억원 사는 동안 개인은 169억원어치 매도했다.

기관들이 주말 나들이객 동향을 심상치 않게 해석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그동안 얼마나 빠르게 소비가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었지만 이번 주말을 통해 소비 회복 가능성을 확인한 기관이 매수에 나섰다는 얘기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나들이객이 많아진 것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며 “향후 경제성장률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만큼 대면 관련주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설명했다.

4분기 깜짝 실적 나올까

10월 중순이라는 시기도 절묘했다. 4분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유통주가 4분기 깜짝 실적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백화점 관련주가 좋아졌다는 것은 유통 전반에 상당히 긍정적인 흐름”이라며 “11~12월 성수기를 앞두고 가을 시즌 초입 단계가 중요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의류 소비가 급격히 회복된 것은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관련주에 호재가 됐다. 지난 16일 미 상무부는 올 9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1.9% 늘어났다고 밝혔다. 의류 구입은 11%나 급증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화승엔터프라이즈(5.51%), 한세실업(3.86%), 영원무역(3.25%) 등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 내 바이어의 OEM 주문이 올 4분기~내년 1분기에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행주도 올랐지만

이날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간 하루 평균 3만8000명의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들었다. 한글날 연휴 때보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소식에 모두투어(6.54%), 레드캡투어(5.42%), 노랑풍선(5.61%) 등 주요 여행주도 상승했다. 면세점·호텔 등 사업 부문이 다양한 하나투어는 0.74%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여행주에 대한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4분기부터 즉각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업계에서는 상호입국자 2주간 격리 해제 등을 조건으로 하는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기 시작하는 시점이 여행주 투자 타이밍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최근 한국과 트래블 버블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련 움직임은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