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前 국장 압수수색·조사…수사팀, 검사 5명 증원
옵티머스 고문단도 수사망에…이헌재·양호 등 소환 관측
1조원대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에서 불거진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로비 수사의 첫 표적은 유착 의혹이 집중된 금융권이다.

옵티머스는 2018년까지 자본금 부족 문제를 겪을 정도로 부실했음에도, 2천900명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끌어모아 각종 불법거래를 저질렀다.

하지만 지난 6월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종 검사와 사업 승인,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특혜와 관계 금융사들의 편의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말 옵티머스 수탁사인 하나은행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13일 옵티머스와 금융계 인사들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 금융감독원 국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함께 옵티머스 수사팀에 금융·회계분야 전문검사를 비롯한 '특수통' 검사 5명을 추가로 배치해 전력을 보강했다.

이는 검찰이 옵티머스의 금융권 로비 의혹을 밝히는 데 화력을 집중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옵티머스-금융권 누가 연결했나…연결고리 주목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전날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윤 전 국장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국장의 구체적인 역할이 확인되면 금융권 로비 수사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적을 감춘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도 금융권 로비의 핵심 연결고리 중 1명으로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2019년 초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옵티머스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천억원 규모인 옵티머스 펀드 수탁고(설정액) 가운데 80% 이상이 NH투자증권을 통해 모집됐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가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700억원대의 투자를 끌어내는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정 대표가 전파진흥원 기금운용 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옵티머스에 인수합병(M&A)된 해덕파워웨이에 감사로 참여한 금감원 출신 인사 A씨는 또 다른 금융권 로비 창구로 거론된다.

대형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으로 옵티머스와 자문계약을 맺기도 한 A씨는 지난 5월 옵티머스의 부실을 검사하는 금감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옵티머스 고문단' 이헌재·양호 역할도 주목
검찰은 금융권 로비 의혹과 관련해 옵티머스 고문을 맡은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옵티머스의 최대 주주기도 한 양 전 행장은 풍부한 금융권 인맥을 바탕으로 옵티머스가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2017년 말 최소 영업자본액 미달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가 유예받을 때 양 전 행장이 중개 역할을 했다고 적혀 있다.

이 전 부총리도 옵티머스가 추진한 여러 투자사업을 제안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하자 유치 관련' 문건에는 옵티머스가 한국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를 이 전 부총리의 추천으로 진행 중이라고 기재돼 있다.

13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는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가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함께 경기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옵티머스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던 2017~2018년 금감원장을 지냈다.

국감장에선 양 전 행장이 2017년 11월 사무실 비서에게 "다음 주 금감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해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유착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법조계 주변에선 검찰이 조만간 주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를 직접 불러 제기된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