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출범 5개월…당내 기득권·인물난·지지율 '3중고'
박덕흠·공정3법 등 파격 때마다 태클 걸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의 재보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상이 때아닌 '도로 친박당' 논란 속에 무산됐다.

정부여당의 주요 국정 어젠다인 '공정경제 3법' 처리에 전향적인 김종인 위원장의 태도를 두고도 당내 잡음이 쉬이 꺼지지 않고 있다.

보수야권의 강력한 쇄신 열망 속에 닻을 올린 '김종인 호'가 시험대에 올랐다.

출범 5개월 만이고, 대선 전초전 격인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반년 앞둔 시점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애초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시작했다.

'원외 비대위원장'으로서 의원들에 대한 생살여탈권도 쥐지 못한 데다가, 당내 세력 기반도 취약한 게 현실이다.

차르와 리어왕 사이…리더십 시험대 오른 김종인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개혁 드라이브마다 터져 나오는 중진들의 반발을 다스리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 모습이다.

당색을 바꾸는 과정에서 노란색이 흰색으로 대체되고 정강정책안에서 4선 연임 제한 규정이 빠지는 등 의사결정이 번복되기도 했다.

비위 의혹과 여론의 질타 속에 자진 탈당한 박덕흠 의원 문제를 두고도 김 위원장과 원내 중진들 간 불편한 기류가 조성됐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선 '추미애 지키기'를 위한 여권의 '박덕흠 때리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선 안 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이 단호한 입장을 피력하며 거취에 대한 결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결벽'에 가까운 태도는 결국 당의 생존 전략과 직결됐다고 주변에선 전한다.

당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지지율 정체와 인물난, 당내 분란이 맞물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방도가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론이라는 설명이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기득권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며 "결국 리어왕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감언이설에 속아 첫째와 둘째딸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끝내 비참한 말로를 맞은 리어왕의 위태로운 처지에 김 위원장을 대입시킨 것이다.

막강 권한을 행사하는 '여의도 차르'라는 별명과는 거리가 있다.

차르와 리어왕 사이…리더십 시험대 오른 김종인호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과 의원들 사이 소통 창구가 되어야 할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들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원내 인사들이 '김종인 해바라기'로 순치됐다고 많이 이야기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날 비대위 직전 비공개 차담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분란 상황 등을 거론하며 '이대로는 안 된다'며 작심 쓴소리를 쏟아낸 배경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초심'을 강조했다.

전날 티타임 발언을 묻는 기자들에게 "총선 이후에 가졌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당내 '안이한 사고'에 경고장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추석 연휴와 주말 등을 활용해 원내외 중진들과 만나며 스킨십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내 관계자는 "노령의 위원장이 혼자 힘으로 소화할 수 있는 소통의 폭에 한계가 있을텐데 주변의 움직임은 전혀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