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의심’만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시설 폐쇄 및 위치 추적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부각되면서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감염병에 오염됐다고 의심되는 장소에 대해 시설 폐쇄 명령이 가능(제49조)하다. 지금까지는 ‘오염된 건물’로 확인됐을 때만 운영 중단 및 시설 폐쇄가 가능했다. 개정안에는 운영 중단 명령을 어겼을 경우 ‘해당 장소나 시설의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까지 포함됐다.

감염병 의심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개정된 감염병예방법 제42조 2항 2호에 따르면 감염병 의심자를 대상으로 ‘유선·무선 통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기기 등을 이용한 감염병의 증상 유무 확인이나 위치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이런 권한은 질병관리청장과 지자체장에게 허용됐다.

또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각 기관 및 단체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 가능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과 치료 내용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의료기관 및 약국, 법인·단체·개인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사처벌 규정도 신설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불과 3개월간 논의를 거쳐 24일 의원 256명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김기현 의원이 유일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정기관이 임의적 판단하에 각종 자료 수집까지 가능하도록 한 법”이라며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본회의 당일 법안 요지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