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외의 지방자치단체에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발성을 전제로 하는 기부금이 준조세로 변질할 수 있고 지자체 간 모금이 과열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안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을 심사, 의결했다. 법안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곳 외의 지자체에 원하는 금액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지자체가 모금·접수한 고향사랑 기부금의 효율적인 관리·운용을 위해 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부금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 복리 증진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국회는 고향사랑 기부금의 악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기부금의 기부·모금을 강요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했다.

이날 의결된 안에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같은 이름의 법안 내용도 반영해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특산물 등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법안은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의 기부금 모집이 가능해진다. 현행 기부금품법은 지자체 등의 기부금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한 의원과 이개호·김승남·이원욱 민주당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등 고향사랑 기부금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향사랑 기부금법이 법안 발의 의도와는 달리 ‘준조세’ 성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자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이 사실상 기부금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률 검토보고서를 통해 “지자체 간 모금이 과열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지방재정 확충의 필요성과 확충방안으로서의 적합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법안에 주민과 법인에 대한 모금을 금지하고 이해관계자의 기부는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해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