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직장인 김모씨(32)에게 한 여성이 SNS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웠던 김씨는 특별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며 여성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 여성이 알몸 영상채팅을 하자며 서로의 모습을 잘 보이게 한다는 파일을 하나 보냈고, 김씨는 의심 없이 그 파일을 설치했다.

채팅 이후 김씨에게 ‘당신의 음란행위가 모두 녹화됐으니 바로 100만원을 입금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지 않으면 영상을 김씨의 주변 사람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영상 유포가 두려워 급히 송금했지만 협박범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세 차례나 더 돈을 요구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몸캠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몸캠피싱은 스마트폰으로 음란채팅을 하자고 유혹한 뒤 해킹 파일을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심어 빼낸 정보로 금품을 요구하는 디지털 성범죄다. 코로나19로 재택 생활이 길어지고, 온라인 기기 활용이 늘어나면서 몸캠피싱 피해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밀하게 '찰칵'…집콕 늘자 '몸캠피싱' 기승
31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 기업인 라바웨이브가 몸캠피싱 협박범들이 이용하는 서버를 통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 수는 올 1월 7500여 명, 2월 9600여 명, 3월 1만2300여 명, 4월 1만4000여 명, 5월 1만5200여 명, 6월 1만6100여 명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9 사이버위협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몸캠피싱 범죄는 2015년 102건, 2016년 1193건, 2017년 1234건, 2018년 1406건, 2019년 1824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범죄 집계와 실제 피해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많아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몸캠피싱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피해 사실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것이다.

몸캠피싱의 주타깃은 젊은 남성이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에서도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스마트기기 보안에 익숙하지 않아 몸캠피싱에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도 스마트기기 활용이 늘어나면서 몸캠피싱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방지용 앱인 ‘사이버안심존’에 몸캠피싱 방지 기능을 추가했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자녀는 해당 채팅 앱을 통해 채팅할 경우 카메라 기능을 쓸 수 없다. 또 해당 앱을 통해 상대방이 보낸 악성코드 파일을 설치하려고 해도 파일을 내려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범죄는 수치심을 이용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금품 등 가해자 요구를 계속해서 들어주게 되는 늪에 빠질 수 있다”며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