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여전히 "감염을 컨트롤하겠다"며 긴급사태를 선언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일 하루 동안 1444명을 기록했다고 현지 공영방송 NHK가 10일 보도했다. 요일별로 확진자 수에 편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주일 전과 비교하면 112명 많은 정도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6일 연속 1000명대를 넘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는 9658명 증가했다.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4만9622명이었으며, 사망자는 5명 늘어 1061명이 됐다.

전날 도쿄도(東京都)에서 확진자 331명이 새로 보고되는 등 감염 확산은 진정되지 않았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지방에서의 감염이 더 심각하다.

오키나와는 이날 확진자 159명이 새로 파악됐다. 최다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오키나와의 인구는 약 146만명이고, 도쿄도의 인구는 1400만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9일 신규확진자 기준 인구당 확진자는 오키나와가 도쿄의 약 4.6배에 달한다.

시마네(島根)현에선 92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최다 기록을 돌파했다. 이 중 시마네현 마쓰에(松江)시의 한 고교 축구부원 중 기숙사 생활을 하는 남학생 80명과 자택에서 통학하는 축구부원 6명, 담당 교원 2명 등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긴급사태 선언을 피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나가사키(長崎)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언이 고용이나 생활에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감염을 컨트롤하면서 가능한 한 재선언을 피하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을 살리겠다며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억제하겠다는 이유로 도쿄만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미 전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6월 중순 도쿄를 중심으로 새로운 타입의 유전자 배열을 지닌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등장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파악된 확진자 다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코로나19는 이미 도쿄에서 지방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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