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전략…코로나 바이러스가 50배 더 잘붙는 ACE 돌연변이 발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낚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나 샴페인 캠퍼스 연구진은 이달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19가 인체 침투 시 결합하는 'ACE2' 수용체의 돌연변이를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로 발표했다. 'sACE2.v2.4'로 불리는 ACE2 돌연변이는 정상 ACE2 수용체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결합력이 5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먼저 ACE2의 유전자에서 2340개의 유전자 변이를 찾았다. sACE2.v2.4는 그중 코로나19와 가장 결합력이 높은 3개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돌연변이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를 미끼로 이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다수의 코로나19 치료제는 회복된 환자들의 혈액에서 추출한 중화항체를 이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와 결합하는 것을 막아 감염을 막는다.

하지만 항체를 이용한 치료법은 바이러스가 내성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두 개의 항체를 합친 이중항체를 이용하는 것도 내성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연구진은 코로나19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막지 않고 돌연변이 ACE2를 넣어 바이러스를 유인하면 내성없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에릭 프로코 일리노이대 생화학 및 암센터 교수는 “ACE2 돌연변이를 미끼로 투여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감염이 어렵도록 만들 수 있다는 추가적인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형된 ACE2에 더 잘 결합하게끔 변이가 일어나면 진짜 인체의 ACE2 수용체에는 점점 맞지 않는 형태로 진화해나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연구진은 ACE2 돌연변이가 사스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 계열의 병원체에 대응하는 잠재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