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주가가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9년 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데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탄탄한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다.KT&G는 6일 7.37% 오른 8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히는 KT&G가 이같이 급등하는 건 매우 드물다. 대부분 하루 1% 안팎의 등락폭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2006년 5월 4일(7.68%) 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자사주 매입 소식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KT&G는 이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7일부터 올 11월 6일까지 보통주 250만 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전날 종가 8만1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취득 예정 금액은 2002억5000만원 규모다. KT&G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2011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이날 발표한 2분기 실적 역시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란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KT&G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3188억원, 영업이익은 39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에 비해 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 감소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매출이 증가하는 등 대체로 선방했다”며 “담배 수출과 부동산 부문 실적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술적 분석 관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KT&G 주가 그래프가 이날 하루 만에 20일, 60일, 120일 이동평균선을 한 번에 돌파했다. 20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1세대 기술적 분석 전문가인 지기호 전 케이프투자증권 자기자본투자(PI)본부장은 “KT&G의 차트 흐름이 한 달간 50% 급등한 현대자동차와 똑같다”며 “이는 추세 전환의 정석”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으로 유명한 킹버드주식연구소는 “20일과 120일 이동평균선 위로 시세가 터졌다는 것은 단기 투자자와 장기 투자자의 힘이 매도 세력보다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박재원/박의명 기자 wonderful@hankyung.com
한진그룹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가 10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LCC들이 잇따라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진에어는 5일 이사회를 열고 109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오는 11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1500만 주를 주당 7280원에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발행 주식 수(3000만 주)의 절반에 달한다.올 1분기 기준 진에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87억원으로, 다른 LCC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제선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선제적인 자본 확충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다. 진에어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동력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도 오는 12일부터 15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절차에 들어간다. 실적도 악화일로다. 제주항공은 이날 2분기에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영업손실(657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커졌다.다음주 실적을 내놓는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다른 LCC들의 적자폭도 확대됐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29일 주주 및 우리사주 대상 청약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501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무산됐다.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LCC들의 국내선 출혈 경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494만64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547만8726명)의 90.3%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월 기준 여객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 수준을 회복한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LCC들은 매출 급감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선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유휴 여객기가 많아지며 국내선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났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설명이다.문제는 국내선 운항이 늘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LCC들의 잇단 출혈 경쟁으로 항공권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한 LCC 관계자는 “적자를 보더라도 당장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국내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