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이 31일부터 시행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불명확한 규정이 많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집주인의 계약갱신 거절 요건이 대표적이다.
모호한 계약갱신 거절 규정…시장 혼란 키워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개정 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임차인이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다. ‘파손’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 어느 정도의 파손이 계약갱신 거절 사유가 되는지 알 수 없다.

“붙박이장 일부가 훼손되고 벽지가 뜯기거나 오염된 경우도 파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 정도는 경미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파손 정도는 상대적이어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의 해석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주택의 전부나 일부를 재임대한 것도 갱신 거절 이유가 된다. 세입자가 집을 빌려 숙박 공유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경우 집주인이 ‘동의한 적 없다’며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세입자 A씨가 B씨에게 월세 일부를 보전받는 조건으로 집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할 때도 객관적으로 제시할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암묵적 동의’ ‘묵시적 연장’ 등을 두고 당사자들이 입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있는 시점을 두고도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는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는 12월 10일부터는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을 청구해야 한다. 지난 6월 9일 관련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