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지원청 "위장전입 확인 목적"…인권위 "공익보다 아동 상처 더 커"
전학 신청에 '부모별거' 담임확인서 내라고?…인권위 "인권침해"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이 전학 업무를 처리하면서 부모의 별거 상태에 대한 담임교사 확인서를 요구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30일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내와 별거 중이던 진정인 A씨는 서울 모처로 이사하면서 새 주거지에 아내를 제외하고 자신과 중학생 자녀만 전입신고를 했다.

자녀 전학을 위해 A씨는 부모가 함께 전입신고 되지 않은 경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관할 교육지원청에 문의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전 학교 담임 교사에게 별거 사실을 알리고, 교장 직인이 찍힌 '담임확인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별거 중인 아내에게 같은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담임확인서 없이 전학 신청을 완료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전학 업무 처리에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며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교육지원청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A씨 측이 전학하려 한 중학교가 유명 학군에 속해 위장전입 사례가 많았고,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추가 확인 절차를 둔 것이라고 인권위에 입장을 전했다.

인권위는 사후적으로 위장전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위장전입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 달성보다 오히려 별거 가정 아동이 스스로 그 사유를 드러내야 하는 상처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학교 전학 업무 처리에서 개별 가정의 이혼, 별거 등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이를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일률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부모가 주민등록등본에 함께 등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확인서 등 학생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말라고 해당 교육지원청에 의견을 표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