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막겠다더니…전셋값 잔뜩 올라 현금부자만 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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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였던 전셋값, 6·17 대책으로 더 폭등
대출 막혔지만, 현금 있으면 갭투자 더 수월해져
13억 달했던 갭투자금 8억대로 줄어
"반포·도곡·역삼 등에 문의 몰려"
대출 막혔지만, 현금 있으면 갭투자 더 수월해져
13억 달했던 갭투자금 8억대로 줄어
"반포·도곡·역삼 등에 문의 몰려"

6·17 부동산대책으로 갭투자 규제가 강화됐지만, 현금부자들 사이에선 되레 갭투자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대출을 옥죘다. 하지만 굳이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현금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승중인 전셋값이 대책 이후 더 폭등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금 부자들의 갭투자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 곳곳에서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 이른바 ‘갭’이 줄어들고 있다. 1일 강남에 위치한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외의 강남 지역에서 현금부자들의 갭투자 문의가 몰리고 있다. 강남에서 전세 공급이 막히면서 값이 폭등하고 있어서다.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 84㎡ 전세 호가는 최근 13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12억원 선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달도 안돼 1억5000만원가량 오른 셈이다. 지난달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13억원까지 났지만 최근들어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갭이 10억원까지 줄었다
역삼동 래미안 아파트 역시 같은 면적의 전세 매물이 최대 11억5000만원에 나와있다. 10억원 초반대선이었던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급등했다. 갭은 인근 Y공인 대표는 "지난달엔 갭이 10억원 이상이었지만 최근엔 8억~8억5000만원가량으로 축소됐다"며 "전셋값 오르는 속도가 워낙 빨라 갭이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잇단 정부 규제에 전세 수요만 늘면서 매매가격 상승세보다 전셋값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올 2분기 들어 하락세가 멈췄다. 서울은 특히 지난 5월 54.8%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월간 단위로 서울 전세가율이 상승한 건 2016년 6월 이후 47개월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대책에서 집값 부추기는 갭투자를 정조준하며 전세대출 봉쇄 등을 담은 특단의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세 공급이 줄고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오히려 갭투자를 조장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특히 현금부자들이 갭투자하기에 쉬운 환경이 됐다. 전세로 거주하면서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할 순 없지만, 갭 만큼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주택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아파트 대부분이 15억원이 넘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특히 전세금이 많아지면서 현금을 보유한 갭투자자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 집을 수월하게 살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해 매매가 가능한 강남 아파트들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분위기다.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지방에서 갭투자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온다”며 “지방 큰손이나 서울 현금부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도곡동 Y공인 관계자도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자들도 초기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셋값이 높은 집들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대출 없이도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자산가들에겐 지금이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