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25전쟁 70주년인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국전쟁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참전 기념비를 찾은 건 2017년 취임 후 처음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6·25전쟁 50주년이던 2000년 기념비를 방문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6·25 정전 60주년이던 2013년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기념비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준비된 화환 앞에 서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잠시 묵념했다. 이어 화환에 가까이 다가가 잠시 추모한 뒤 조금 물러나 참전용사들에게 거수경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에게 다가가 잠시 대화했다. 이 대사는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명하고 우려도 나타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는데 그건 아직 공개하기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기념비에 헌화하고 서울에도 (6·25 70주년 영상) 메시지를 보낸 걸 보면 한·미동맹에 대한 결의를 다시 한번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따로 기념연설은 하지 않고 20여 분간 기념공원을 둘러본 뒤 자리를 떴다. 이날 기념비 방문은 6·25전쟁으로 공고해진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나타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대선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층 표심을 다지기 위해 일부러 참전용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을 깎아내린 가운데 이를 부정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기념비 헌화를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폭스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헌화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미 전역에서 각종 기념비가 수난을 당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념비 방문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정호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