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옛 소련제 무기류 패인 흔적에 전쟁의 상흔 남아
기관총·박격포·전투복 등 205점 전시…격침된 북한 반잠수정도

"흔히 따발총이라고 하죠. 드라마에서 인민군들이 들고나왔던 총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화테마촌에 있는 무기전시관에서 만난 공무원은 6·25 전쟁 당시 쓰였던 기관총을 보며 이렇게 설명했다.

일명 '따발총'으로 불린 이 기관총은 옛 소련에서 만든 7.62mm 기관단총 PPSH-41로 6.25 전쟁 때 인민군의 주력 무기로 사용됐다.

둥근 원통 모양의 탄창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6.25전쟁 70년] '무기에 새겨진 상처'…여수 무기전시관
◇ 70년 지난 각종 무기류 작품처럼 걸려 있어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나 지났지만, 무기전시관에 전시된 각종 무기는 녹슬지 않고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탄창이 제거된 소총과 기관총, 박격포는 한때 동족을 살상한 무기가 아니라 마치 작품인 것처럼 걸려 있었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무기들은 투명한 유리장 안에 정갈하게 전시돼 전쟁의 참상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개머리판과 곳곳에 파인 흔적으로 희미하게 그날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6.25전쟁 70년] '무기에 새겨진 상처'…여수 무기전시관
관광객이 주로 찾는 여수 돌산에 무기 전시관이 생긴 것은 남해안에 침투한 북한 반잠수정과 관련이 있다.

1998년 12월 17일 돌산읍으로 침투한 북한 반잠수정은 육군 31사단 초병들에게 발각된 뒤 다음날 거제도 해상에서 해군에 격침됐다.

부서진 반잠수정은 인양돼 2003년부터 평화테마촌에 전시됐고, 여수시는 2014년 6월, 6.25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자며 무기전시관을 열었다.

폐교를 개조해 만든 무기전시관은 819.8㎡ 면적에 기관총과 박격포, 탄약, 전투복 등 205점을 전시하고 있다.

[6.25전쟁 70년] '무기에 새겨진 상처'…여수 무기전시관
바로 옆에 있는 반잠수정 전시관은 처참하게 부서진 반잠수정 1척과 노획 장비 33점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단체 관람객을 받지 않고 있지만, 여수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

◇ 내무반서 철모 쓰고 사진 찍는 체험할 수도
전시관에는 군대 내무반이 마련돼 있어 군복을 입거나 철모를 쓰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한국전쟁 영상물을 보며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공무원으로부터 군수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6.25전쟁 70년] '무기에 새겨진 상처'…여수 무기전시관
6·25 전쟁을 겪은 김광석(82) 씨는 "인민군들이 기다란 총을 메고 여수 시내에 들어온 기억이 난다"며 "불이 나 동네가 모두 탔던 기억이 선명한데, 예전 무기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전시관을 찾은 김수진(40) 씨는 "같은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며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관리하는 여수시 관광과 손석인 씨는 "해마다 5∼6월이면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해 병영 체험도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단체 관람객이 찾지 않고 있다"며 "6·25 전쟁을 직접 겪으신 분들이나 참전용사들이 가끔 오시는데, 감회에 젖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