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래 처음…무지개 조명·온라인 강연·토론 등으로 대체

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급증하면서 전통의 상파울루 동성애 축제도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상파울루 동성애 축제는 애초 14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되고 온라인 행사와 조명 공연으로 대체됐다.

예년처럼 대규모 퍼레이드를 볼 수는 없었으나 상파울루 시내 박물관과 시립극장 등이 무지개색 깃발과 조명으로 장식되는 등 동성애 축제의 의미를 살렸고, 온라인상에서는 동성애 관련 강연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코로나19 급확산에 브라질 상파울루 동성애 퍼레이드 취소
'상파울루 성 소수자 자존감 퍼레이드 협회'의 헤나투 비테르부 부회장은 "인종차별과 성 소수자 문제 등 지난 23년간 계속된 동성애 축제의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유명인들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상파울루 동성애 축제는 1997년에 처음 열린 이래 규모가 갈수록 확대됐다.

첫 행사 당시 2천 명이었던 참가자 수는 10년 만인 2007년 350만 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상파울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캐나다 토론토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성애자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됐다.

동성애 축제는 카니발 축제, 국제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 원(F1)과 함께 상파울루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도 꼽힌다.

코로나19 급확산에 브라질 상파울루 동성애 퍼레이드 취소
상파울루시 관광공사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동성애 축제에는 65만1천여명의 관광객을 포함해 300만명 이상 참여했으며 경제적 효과는 4억300만 헤알(약 974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파울루에 거주하지 않는 참가자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동성애 축제가 시의 주요 관광자원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난해 행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성 소수자 차별 발언 때문에 규모가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말 "브라질이 전 세계 동성애자들의 나라가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어 5월에는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 정책에서 동성애자 관광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를 없애버려 동성애 단체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