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세종정부청사를 쭉 도는데 보건복지부만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 놀랐습니다."

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공무원은 지난달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복지부 직원들의 노고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아 잠시 숙연해졌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대처를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 정부 대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소속된 320여명의 공무원 중 310명이 복지부 소속이다. 휴직자를 제외하고 800여명 정도인 복지부 전체 인원의 40% 가까이가 파견돼 있다. 복지부에 남은 공무원들도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야근과 주말근무가 다반사다.

주무부처였던만큼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 대응 현장에는 언제나 복지부 공무원들이 있었다. 우한에서 교민들을 싣고 온 전세기 입국장과 충남 아산 등에 마련된 임시 수용시설을 시작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와 경북에도 수십명이 파견됐다. 급증한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생활치료센터 확보와 요양원 등 취약지역 전수조사 등도 복지부 공무원들의 몫이었다.

이같은 복지부 공무원들의 사기가 최근 땅에 떨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복지부에 보건 담당 차관 시설 등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은 지난 3일 발표됐지만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뒤집혔다.

지금은 질본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원과 감염병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 연구소를 복지부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 검토와 승인까지 거친 정부 결정사항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번복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이같은 반발의 핵심은 "복지부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자리에만 욕심을 냈다"는 것이다. 자체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확대 신설되는 감염병 연구소를 가져오고, 차관도 2명으로 늘렸다는 논리다. 질본에 파견되는 복지부의 국장 및 과장급 공무원들도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산하기관 갑질'로 인식되고 있다. 9일에는 이낙연 전 총리까지 나서 "해괴망측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미국에서도 질본에 해당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따로 독립돼 있고 연구조직은 별도의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으로 분리돼 있다"며 "해당 방안이 질본의 감염병 대응 정책 수립 및 집행 능력 향상을 위해 더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복지부는 내부적으로 이번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렸다.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바깥으로 퍼져 또다른 분란을 부를까 우려해서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자리 욕심 때문에 산하기관을 압박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은 억울하다"며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4개월 넘게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