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 채널과 청와대 핫라인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힌 의도 분석에 주력했다.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어렵게 복구한 군통신선뿐 아니라 청와대 핫라인까지 차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靑 당혹…"통일부에 물어봐라"
청와대는 대북 메시지 공식 채널을 통일부로 일원화한 가운데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남북한 연락채널 폐기 배경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청와대가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놓는 것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관련한 대응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북한의 남북 대화채널 폐기 결정에 하루종일 술렁였다. 통일부가 현재 속도를 붙이고 있는 남북 철도연결 등 독자적인 경제협력 사업도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강경 조치 대응책을 묻자 “남북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한의 이번 조치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북·미 대화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최근의 대북전단 살포가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과 함께 우리 측의 적극적인 행동을 자극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15일 예정된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근의 남북 관계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청와대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우리 측 책임에 무게를 두며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에 따른 북측의 누적된 불만 같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도 “선언 합의 사항인 전단 살포 금지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며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민주당은 입법적 차원에서 적극적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21대 국회가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호/이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