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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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 및 유치원생의 ‘2차 등교개학’을 미룬 학교가 800곳이 넘으면서 최악의 경우 학사일정을 대폭 조정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일부 시·도교육감도 9월 학기제 도입과 관련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총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9월 학기제 도입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9월 학기제에 대한 청와대, 교육부, 시·도교육감의 엇갈린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9월 학기제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피고, 국회는 정부와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하면 학사일정과 입시는 물론 기업의 채용일정도 변경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를 제기했다. 이 교육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등교수업을 해도 격일, 격주로 등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1학기를 길게 겨울까지 진행하면서 학습을 마치고 내년 1월에 2학기를 진행해 5월 말까지 마치자”고 했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1학기를 3월이 아니라 9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 국가는 대부분 9월 학기제를 택하고 있다. 반면 국내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학년도를 3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9월 학기제를 도입하려면 우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9월 학기제 도입은 지난 3월 등교개학이 연기되면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전 금융감독원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인사도 9월 학기제 도입을 주장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개학 시기와 연계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 역시 검토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혀 왔다.

9월 학기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일정 조정뿐만 아니라 대부분 서구권 국가와 학사일정을 맞출 수 있어 학술 교류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월에 개학하지 않는 국가는 호주, 칠레, 한국, 일본뿐이다.

9월 학기제 도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7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9월 학기제 도입은 크게 두 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우선 초·중·고 과정을 일괄적으로 6개월 단축해 8월 현재 학년을 마치고 9월 상위 학년으로 진급하는 방안이 있다. 대신 여름방학은 사라진다. 이 경우 교과서 개발, 검정 등에 따르는 예산은 약 446억원이다. 반면 2021년 9월부터 초등 1학년을 추가로 선발할 경우 이 학생들이 모두 고3에 이르는 2033년에 9월 학기제 도입이 마무리된다. 13년간 소요되는 총비용은 3조8098억원으로 추산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