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런 홈런포 등 개막 2연전 타율 0.333·4타점
"백업 선수인데도 존중받는다는 게 느껴진다"
허문회 롯데 감독의 존중 리더십…'정훈을 춤추게 한다'
연습경기에서 5할 맹타를 휘두른 정훈(33·롯데 자이언츠)의 뜨거운 타격감은 개막 2연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훈은 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벌어진 kt wiz와의 방문경기에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3타점을 올렸다.

안타는 1개에 불과했지만, 롯데의 9-4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 초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훈은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전날 2타수 1안타 1볼넷 활약을 포함해 정훈은 개막 2경기에서 타율 0.333(6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 맹활약으로 펄펄 날았다.

전날 개막전에서 4타점을 수확한 7번 타자 딕슨 마차도가 승리의 주역이었다면 이날은 정훈이 수훈갑이었다.

지난해 타율 0.226으로 부진했던 정훈이 올 시즌 개막 2연전에서 이 정도로 잘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정훈 역시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경기 뒤에 만난 정훈은 "사실 개막 2연전에 모두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며 "스프링캠프 때 감독님이 알려주신 새 루틴대로 운동하며 좋아지고 있다는 건 느꼈다.

야구장에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감사 인사가 아니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존중해주신다.

나는 주전이 아닌 백업 자리에서 경쟁해야 하는 선수인데도 대우를 해주시고, 존중받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주전 선수도 아닌 저 같은 선수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기가 쉽지 않다"며 "감독님 덕분에 팀의 중고참으로서 더욱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전했다.

정훈은 평가가 엇갈리는 자신의 어퍼 스윙에 대해서도 사령탑의 존중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하셔서 마음에 쫓기는 것 없이 편하게 하고 있다"며 "제 스윙을 놓고 호불호가 갈리지만 감독님께서는 지금까지 스윙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르라고만 말씀하셨다"고 소개했다.

정훈은 1번 민병헌부터 5번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상위타선 바로 뒤의 6번 중책을 맡았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사실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6번부터 9번까지 한 명만 잘하면 앞에서 다 해결해줄 거라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훈은 특유의 어퍼스윙으로 홈런을 날린 뒤 투수 방향으로 '빠던(배트 던지기)'하는 영상으로 미국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KBO 리그 중계로 다시 한번 정훈의 '빠던'이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불편한 눈치였다.

그는 "빠던한 뒤 밸런스가 깨져 이후 2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기억이 있다"며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훈은 이날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개막전에서 1루수로 나섰던 이대호가 덕분에 지명타자로 나서며 체력을 아꼈다.

정훈은 외야와 내야가 다 되는 멀티 플레이어라 쓰임새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는 "팀이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고, 그 방향대로 같이 흘러가고 싶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그게 우리 팀의 장점"이라며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지금 팀 분위기라면 어느 포지션을 맡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