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핵억지력 핵심 '샤를 드골' 성능개선 후 스포트라이트 속에 지난 1월 출항
승조원 60%인 1천명 이상이 코로나19 감염…전투능력 일시상실
감염원 유입 추정 중간정박에 "보여주기식 정치적 결정"…군 내부서도 비판 제기
1.7조원 들여 업그레이드한 佛 핵항모…코로나19에 전력마비
승조원의 60%가 한꺼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조기 귀환한 프랑스의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는 이번 작전이 대대적인 성능개선 이후 첫 임무였다.

핵추진 항모 샤를 드골은 2017년 2월 임무를 중단하고 지중해 연안의 모항인 툴롱 해군기지에서 1년 반의 긴 성능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프랑스는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라팔, E-2 호크아이 등 함재기를 계속해서 출격시킨 샤를 드골이 노화와 고장 등으로 고강도 작전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대적인 수리와 성능개선을 결정했다.

이 항모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47개 크기에 맞먹는 독에 정박, 삼엄한 경비 아래 하루 평균 2천 명의 인력이 투입돼 업그레이드 작업을 2년 가까이 받았다.

2기의 원자로에 향후 20년간 쓸 새 핵연료를 주입하는 한편, 함재기의 이·착함을 유도하는 유도장치와 레이더, 전투통제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무려 13억유로(1조7천억원 상당)가 투입됐다.

프랑스를 핵보유국으로 만들고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 항모는 유럽 유일의 핵추진 항모이자 프랑스의 핵 억지력의 핵심자산이다.

샤를 드골의 함재기인 라팔은 핵탄두 미사일을 장착하고 출격할 수 있으며, 항모전단에는 핵공격 잠수함도 포함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샤를 드골의 업그레이드 완료와 첫 출항 계획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샤를 드골이 유럽 방어의 전진기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아예 작년 11월 샤를 드골의 선내에 만 하루를 체류하며 실전 재배치 직전의 전투태세를 점검하기까지 했다.

이후 샤를 드골은 작년 1월 21일 프랑스 언론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IS 격퇴전인 '샤말' 작전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훈련을 위해 모항을 출항했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서둘러 지난 12일 툴롱 기지로 돌아와야 했다.

1.7조원 들여 업그레이드한 佛 핵항모…코로나19에 전력마비
지난 18일 최종 집계에 따르면 샤를 드골 승조원 총 1천760명 중 59%인 1천4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자 중 절반은 증상이 없지만, 나머지 절반은 기침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에 50세 상사 한 명은 중증치료 병상에 있으며, 호위함과 보급선까지 합쳐 항모전단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감염자 수는 훨씬 많아진다.

핵 억지력의 핵심무기가 전투력을 거의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바이러스가 처음 선상으로 유입돼 급속도로 확산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샤를 드골은 지난 3월 13~15일 대서양연안 브레스트항에 정박했다가 출발한 이후 외부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브레스트에서 52명의 대원이 새로 합류했지만, 이들은 직전에 모두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였다고 한다.

하지만 출항한 지 3주가 지나면서 코로나19 의심 대원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잠복기 2주를 훨씬 넘긴 시점이었다.

지난 17일 하원에 출석한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은 코로나19 의심환자가 36명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이달 7일이라면서 당시에는 확산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선상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고, 프랑스군은 뒤늦게 작전 중단을 결정하고 항모에서 항공기로 중증 환자를 후송해오기까지 했다.

결국 지난 12일 귀환한 샤를 드골은 전체 승조원의 59%가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프랑스군의 작전 계속 결정은 군 내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핵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의 함장이 코로나19 감염 발생에 따른 작전 중단을 상부에 요구했다가 묵살당하고 징계까지 받은 것과 달리, 프랑스군은 작전 계속을 결정한 지휘관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모전단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한 해군 장성은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로 보이는 브레스트에 샤를 드골이 정박한 것이 군사적 판단이 아닌 홍보 목적의 정치적 판단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19일 일간 르 몽드에 "샤를 드골이 작전 중 브레스트에 가지 않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정치인들에게는 항모가 자신들의 지역에 잠시 정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군은 바이러스 확산 경로에 대한 조사와 동시에 항모 지휘부의 초동대처가 적절했는지도 감찰 중이다.

특히 함장이 작전 중단을 요구했는데 상부가 묵살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군은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해군 대변인인 에릭 라보 대령은 18일 함장이 작전 중단을 건의한 적이 없다면서 "군의 대응에 분노하는 심정은 알지만, 군이 대원들의 생명을 놓고 장난을 쳤다는 식의 루머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1.7조원 들여 업그레이드한 佛 핵항모…코로나19에 전력마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