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고려해 사회적 대화 통해 추진할 듯…전문가 "미래지향적 개혁 주력해야"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친노동 정책 힘 받나…코로나 사태가 변수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내걸었던 각종 친(親)노동 공약을 보다 힘있게 추진할지 주목된다.

노동계는 정부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친노동 공약 실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축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6일 논평에서 이번 총선을 민주당의 '압승'으로 규정하고 "21대 국회에서는 경제 민주화와 노동존중사회 공약들이 반드시 실천돼 우리 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총선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적폐 청산 등 우리 사회의 대개혁 과제를 더 거세게 추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각종 친노동 정책을 추진했지만, 상당수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비준을 미뤄온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를 비준하기로 하고 지난해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ILO 핵심협약의 내용을 반영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안도 비준안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위한 법률 제정안도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정부가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맞춤형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제도로,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야당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세금 퍼주기'로 간주하며 반대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친노동 정책 힘 받나…코로나 사태가 변수
노동계는 21대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되도록 개정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에 관한 조항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아 영세 사업장 노동자를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주당이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해 친노동 입법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지만, 노동계가 기대하는 대로 입법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여당이 이번 총선으로 확보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친노동 공약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이 확산할 수 있어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경사노위에 불참 중인 민주노총의 요구에 따라 경사노위 밖의 다양한 사회적 대화도 활성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여당이 노사 양측의 '제로섬'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초점을 맞춰 미래지향적인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와 경영계 어느 한쪽의 이해관계로부터 한걸음 물러나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변화에 대응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