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을 지탱하고 있는 서버용 D램 수요가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페이스북 등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서버 투자 조절에 나선 영향이 크다. 부품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으로 서버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수요 둔화를 전망하는 주요 근거로 꼽힌다.

'버팀목' 반도체마저 우울한 전망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이 하반기 서버 공급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서버 생산기지가 몰려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글로벌 서버 공급망을 무너뜨릴 것이란 얘기다. 서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서버용 D램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D램익스체인지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동남아시아 생산기지로 세계 1위 업체인 인텔의 말레이시아 서버 조립 공장이 꼽혔다. D램익스체인지는 “동남아시아에 전염병이 확산되면 하반기 서버 시장 공급망이 훼손될 수 있다”며 “올해 서버 출하량 증가율이 기존 5%에서 3%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보류 결정도 서버 D램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30일 미국 앨라배마 데이터센터 건립, 아일랜드 데이터센터 확장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건설 현장 근로자의 건강’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데이터센터업체들도 서버 투자를 연기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각국의 국경 봉쇄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의 제품 공급과 전문인력 출장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장 전망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비관론에 대한 반박도 없지는 않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걸 근거로 든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3월 실적을 지난주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오는 16일 1분기 콘퍼런스콜(전화 실적설명회)을 여는 TSMC의 2020년 실적 전망치 하향 여부가 향후 업황 전망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