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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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일부에서 "한국의 시스템이 극단적으로 사생활 침해적이다"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 자국 기자들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태도에 대해 "오만방자하다"거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도높은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피가로의 도쿄 특파원 레지스 아르노 기자는 9일(현지시간) 온라인판 '우리 의사결정권자들의 한국의 방식에 대한 오만을 참을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방식을 사생활 침해로 치부해버린 프랑스가 뒤늦게 국민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이동제한령으로 시민의 기본권인 통행의 자유를 제한한 것을 두고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아르노 기자는 "당신들이 사생활 침해 운운한 것을 기억하나"라며 "프랑스 엘리트들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오만방자함이라는 세균을 박멸하고 우리의 자유에 대해 더 고민할 기회가 됐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유익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는 아시아 국가들의 방식을 무지몽매함으로 치부했다"며 "마스크 착용이 아무 소용 없으며 대대적 검사도 무용지물이라 주장해 놓고, 이제는 중국에서 마스크 10억개를 받으려 하고 대규모 검사도 공언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에서 선거 준비가 진행중인 점도 언급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를 막지 못하고 지난달 지방선거 결선투표를 전격 취소했다. 아르노 기자는 "지금 한국인들은 오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 중이다"라며 "프랑스인들이여, 당신들은 (취소된) 그 선거를 기억하는가"라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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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자의 이러한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주간지 르푸앙의 제레미 앙드레 플로레스 기자는 지난 2일(현지시간) 발간된 르푸앙의 '한국에서 자가격리 중인 프랑스인의 편지' 글을 실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서 함께 취재하던 동료 프랑스인 사진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가격리중인 상태였다.

그는 "한국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등 방역 시스템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인권침해라는 망상을 그만두고 이런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식 통제 방식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한다는 (일부) 서방 국가들의 시각을 "망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플로레스 기자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임의 감금과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내국인은 자택에서, 외국인은 호텔에서 자가격리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면서 "이것이 조지 오웰 소설에 나오는 '빅 브러더'와 같단 말인가. 다른 부유한 나라에서 (매일)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오지만, 한국은 대대적 검사와 격리정책 덕분에 바이러스 확산세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방식은 "그 어떤 전체주의와도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인권·사생활·이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격리조치를 따르고 전반적 이동금지를 준수하는 것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단지 시민정신의 실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가 사태 초기에 사생활 보호와 인권을 내세우며 한국과 같은 방식이 비민주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정부 과학자문위원인 감염병 학자 드니 말비 박사는 지난달 "한국의 시스템은 극단적으로 사생활 침해적이다. 유럽 차원에서 이 방식을 허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뒤늦게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되면서 극단적인 조처들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지난달 전국에 필수적 사유를 제외하고는 이동과 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약국과 슈퍼마켓, 주유소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영업도 중단시켰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0일 기준 12만4869명이며, 사망자도 1만3197명에 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