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경·입소스 조사에서 긴급 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데 찬성한 사람은 40.1%에 그쳤다. 반면 ‘하위 70%에만 지급’(29.9%), ‘대상자 줄이고 지원금 상향’(14.5%), ‘지급 반대’(11.0%)를 합치면 55.4%로 10명 중 6명에 육박한다.

갑론을박 끝에 ‘하위 70%에 지급’으로 결정됐음에도 정치권이 앞장서 지급 대상·금액 확대를 밀어붙이는 최근 흐름에 경종을 울리는 민심이다. 앞서 여야 대표는 ‘4인 가구에 100만원’ ‘전 국민에게 50만원’을 제안하며 무차별 재난지원금 지급 여론에 불을 붙였다. 한술 더 떠 경기지사는 50조원 이상이 드는 ‘전 국민에게 100만원’ 지급안까지 들고나왔다. 나랏빚이야 어찌되건 적자 국채를 찍어내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코로나 쇼크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여력 비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총선용 ‘현금 살포’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권 행태는 ‘묻고 더블로 가’라는 세간의 유행어를 떠올리게 한다. 한쪽이 치고 나오면 반대쪽이 더 세게 반응하는 포퓰리즘의 악순환이자 무한증폭이다. 설문 응답자의 55%가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한 것을 보면 국민이 더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뿐만이 아니다. ‘전 국민 지급 찬성’은 주초 엠브레인 조사에서 39.7%, 친여 성향이라는 전북도민 대상의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36.7%에 그쳤다.

일부 조사에서는 ‘전 국민 지급 찬성’이 절반을 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공짜 돈’ 제안을 마다하기 쉽지 않은 게 사람 심리라는 점에서 그 해석에는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국가재정 낭비와 미래세대 부담을 걱정하는 ‘성숙한 시민’의 존재를 외면하는 정치는 단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