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자료 한경DB)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자료 한경DB)
올해들어 건설업의 주가가 26.5% 하락하면서 2008년 부동산 시장 붕괴와 비교되고 있지만, 현재 건설사들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설사들의 재무 상황이 크게 개선됐고, 주택 시장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버블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악재로 작용해 건설업 주가가 부진했다"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주가하락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건설업 주가는 올해 들어 26.5%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하락률(21.5%) 보다 큰 수준이다. 주요 5개 대형 건설사(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폭은 평균 33.7%로 코스피나 건설업 평균보다도 컸다. 주가하락은 3월 들어 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외건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코로나19로 분양 지연에 따른 매출 감소가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해가 불러일으킨 과도한 하락이라는 게 송 연구원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주요 건설사의 재무 상황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 5개사의 합산 순차입금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보다 줄었다. 5개 사 합산 순차입금은 2019년 말 기준 약 6000억 원으로 2007년 말 1조2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1000억원에서 8조3000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버블 사라진 주택시장,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송 연구원은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진 배경에는 수년 간 양호했던 현금흐름에 있다"며 "2014년 이후 살아난 주택시장과 함께 해외 부문에서의 손실 축소로 영업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주택시장에 우려는 커졌지만, 실제로는 위험신호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하면 2020년 입주 예정 물량은 2000년 이후의 장기평균 수준이라는 얘기다. 미분양 또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세대수는 꾸준히 늘어나 2009년 3월 16만6000가구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기준으로 미분양 세대수는 전국 3만9000가구로 저조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1분기 청약경쟁률 또한 양호해 코로나19의 우려를 뚫었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아파트의 미입주 리스크에 대한 걱정은 지나치게 이르다"며 "2007~2008년 당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났지만, 당시에는 분양 시장의 과열 양상이 심했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최근 아파트 분양률이 양호했고, 매매가 대비 분양가가 과거에 비해 높지 않아 미입주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2020년 2월 말 기준 매매가 대비 분양가 비율은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91.8%, 137.3%로 나타났다. 과거 102.9%(수도권), 194.9%(지방)에 비하면 한참 낮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버블 사라진 주택시장,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주요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 규모가 감소한 점도 과거와 다른 점이라도 했다. 그는 "주택리스크에 대한 건설사의 익스포저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미분양 사태가 큰 문제가 됐던 2008년 당시 건설사들의 PF 지금보증 금액은 4개사(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가 13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4조7000억원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국내 수주는 부동산 규제 강화 이후 주거용을 중심으로 이미 감소 추세였고, 해외는 유가 급락이 아니더라도 기대보단 늘 의구심이 큰 영역이었다"며 "실적은 과거보다 좋아졌는데 부정적인 상황들이 주가에 녹아들면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만 자꾸 낮아질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