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프트웨어 설계·개발 전문기업인 C기업은 지난 9일 입사 예정인 한국인 합격자들에게 ‘입사일정 조정’ 이메일을 보냈다. 이들은 이달 중순부터 일본 도쿄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예정이었다. C기업 측은 올 4~5월 입사 예정자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와 메일을 전달했다. C기업이 지난해 뽑은 한국인은 50여 명에 달했다. C기업 관계자는 “입사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사실을 합격자에게 분명히 알렸다”고 말했다.

日 기업들 잇단 "한국인 입사 연기"…여전히 불안한 합격자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인 입국 제한을 강화하면서 일본 기업에 입사할 예정인 한국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음달 1일 열리는 입사식에 맞춰 일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31일까지 기존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비자가 없는 한국인은 입국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10일부터 해외취업정보 사이트인 ‘월드잡 플러스’에 온라인 고충센터를 열었다. 비자가 보류된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 현지 노무사 등을 통한 온·오프라인 상담과 국내 취업 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청년 해외 취업 지원 사업을 통해 일본 기업에 취업했으나 입사가 연기되거나 비자 접수·발급이 보류된 사람은 지난 10일 기준 150명에 달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도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당황하고 있다”며 “이미 뽑은 합격자에게 입사 취소를 통보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본 취업을 알선하는 마이나비코리아 관계자도 “일부 기업은 합격자에게 ‘입사 연기’를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 안에 일본 기업들의 입사 일정이 다시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온라인 일본 취업 커뮤니티에는 “입사 연기 통보를 받았지만 비자 발급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불안하다”, “입사 내정 포기하고 내년 상반기를 다시 준비해야 할까요” 등 일본 취업 합격자들의 하소연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일본 취업 합격자는 “비자 발급이 안 돼 일본대사관에 전화했지만 온종일 불통이었다”고 밝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