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9(혹은 아이폰SE2) 예상 랜더링 이미지/사진=유튜브 캡처
아이폰9(혹은 아이폰SE2) 예상 랜더링 이미지/사진=유튜브 캡처
애플이 4년 만에 내놓는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새 보급형 모델 '아이폰9(아이폰SE2·가칭)' 위탁생산을 맡은 폭스콘과 페카트론, 위스트론은 최근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최종 생산검증 단계에 돌입, 대량 양산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예상 외 변수만 없다면 아이폰9는 이달 말 출시되며 다음달부터는 정식 판매될 예정이다.

그간 아이폰9 출시일은 예정보다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상 중국 현지에서 전량 생산되는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국 위탁업체들 공장 가동이 일시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폭스콘·페카트론·위스트론 등은 약 2주 전 공장 가동을 재개, 현재 가동률을 50%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류영 폭스콘 회장은 최근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달 말까지 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페카트론·위스트론 역시 곧 가동률을 80% 수준까지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폰9이 기존 아이폰8 디자인에서 따온 만큼 아이폰8에 활용된 잉여 재고로 아이폰9에 필요한 부품 조달이 수월한 점도 대량 양산에 긍정적인 대목. 애플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9는 대부분 아이폰8 모델의 부품을 활용하므로 양산에 코로나19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9는 2016년 출시된 '아이폰SE'의 후속작이다. 애플은 정식 출시 이전 제품 관련 정보를 밝히진 않지만 그간 유출된 정보들을 종합하면 아이폰9의 외관은 아이폰8과 유사하다. 하단에 홈버튼이 다시 달리고, 얼굴인식(페이스 ID) 대신 지문인식을 사용해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노치를 제거하면서도 기기 보안을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9(혹은 아이폰SE2) 예상 랜더링 이미지/사진=유튜브 캡처
아이폰9(혹은 아이폰SE2) 예상 랜더링 이미지/사진=유튜브 캡처
또 4.7인치 LCD 디스플레이에 두께는 7.8mm로 아이폰8의 7.3mm보다 다소 두껍다. 측면 전원버튼에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ID가 통합돼 새로운 베젤리스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기 색상은 레드 블랙 화이트 3가지로 출시된다.

탑재 성능은 비교적 고사양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프리미엄 시리즈 전작인 아이폰11과 동일한 'A13 바이오닉칩'을 채택했다. 메모리도 아이폰8보다 1GB(기가바이트) 늘어난 3GB가 될 전망이다. 단 저장공간은 32GB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들이 128GB을 훌쩍 넘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 5세대 이동통신(5G)도 지원하지 않는다.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와 최신 기능이 탑재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32GB 모델 기준 약 47만7700원(399달러)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고가의 프리미엄 정책을 고수해온 애플이 4년 만에 중저가 제품을 내놓는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형 기기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중국 제조업체들과 전면전을 펼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포브스지는 "저렴한 아이폰은 가격경쟁력이 높아 빠르게 성장 중인 신흥 스마트폰 시장, 특히 인도에서의 경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화웨이 등과 경쟁을 벌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애플의 조치일 것"이라고 했다.

아이폰9 출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차이나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아직 공정이 100% 가동되지 못하는 등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아 초기 물량은 수요에 비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밍치궈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는 "다음달 아이폰SE2(아이폰9)가 출시돼도 폭스콘 등 기타 애플 공급업체들이 정상 가동을 재개하고 2분기 대량생산을 시작할 때까지 초기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