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집회 제한했다더니...애매한 조치 탓에 유명무실해진 '집회 금지령'
지난 5일 범국민투쟁본부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야외 예배'를 진행했다. 이 단체는 지난 3~4일에도 종로경찰서 앞에서 전 목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야외 예배를 벌였으나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은 종로경찰서 앞은 집회제한 구역에 해당하지 않아 제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정한 도심권 집회제한 구역은 서울역과 광화문·청계·서울광장, 청와대 인근, 종로1가 및 신문로 인근 도로 등이다. 종로경찰서는 광화문광장과 약 600m 떨어져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종로경찰서 앞은 집회제한 구역에 해당하지 않고 종교행사로 진행돼 제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종교행사를 '공공의 안녕'을 이유로 제한할 수 없는 행사로 분류하고 있다.
관할구청인 종로구도 범투본 종교행사에 별다른 제지를 하진 않았지만 경찰의 설명과는 조금 다르다. 종로구 내 주요 지역에서 집회 자제를 알리긴 했지만 서울시처럼 강력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종로구는 지난달 21일 범투본에 종로구 도심권 내 집회금지를 통고하면서 광화문광장, 청와대, 대학로 등 주요 지역에 집회제한을 알리는 현수막을 붙였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종로구가 자체적으로 한 조치다. 감염병예방법은 시장, 구청장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중행사 제한 등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종로경찰서 앞도 넓게 보면 도심권으로 볼 수 있지만 서울시처럼 정확한 구역을 정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며 "범투본에 통고했을 당시에는 수 천명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상황이 매우 급박했기에 집회금지 및 고발 등의 조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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