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로나 극복' 전문가 의견부터 들어야
전염병 하나가 대한민국을 마비시켰다. 국회도, 법원도, 기업도 멈췄다. 군사훈련도 중지됐고, 학교 개학도 연기됐다. 종교행사도 예외는 아니다. 공포에 질린 금융시장은 연일 하락 중이다. 외국은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총 70여 개국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영화 ‘기생충’, 방탄소년단 등 한류로 환대받던 한국이 아무도 반기지 않는 불청객이 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패닉’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혹자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하고, 누구는 신천지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진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미 정부나 일개 지방자치단체만의 대응 능력을 한참 벗어난 상황이다. 지금은 위기 극복이 먼저다.

우선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 모든 영역이 고도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가의 활용 능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이번 일은 무엇보다 전문성이 중요한 과학, 그중에서도 의학의 영역 아닌가. 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지난 일에 ‘만약’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의학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선제적으로 외부 감염 요인을 차단했더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재난으로 번지진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라도 의사들을 아픈 사람이나 치료하는 이로 치부하지 말고,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적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을 보라. 지난달 23일 “이스라엘에 들어와 있는 모든 한국인은 즉시 이 나라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격한 조치지만, 그리고 우리로서는 참으로 안타깝지만, 생존을 위해선 그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되새겨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 비상금을 준비한다. 하물며 국가는 얼마나 변수가 많겠는가. 천재지변, 통일 등 예상치 못한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20여 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11.4%에 불과할 만큼 나라의 곳간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금 복지, 단기 일자리 사업 등 선심성 복지로 재정건전성이 나빠진다면 이번과 같은 위기에 약 한번 못 써보고 속절없이 당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경제 체질도 강화해야 한다. 중국발 전염병 하나 때문에 내수가 마비되고, 기업 매출이 급감하고, 관광 산업은 붕괴 직전에 몰렸다. 이런 위기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잘나갈 때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희한하게도 기업이 잘나가면 사방에서 괴롭힌다. 돈 벌었으니 기금 내놔라, 세금 더 내라, 배당 더 해라, 기부 많이 해라, 월급 더 줘라, 고용 늘려라, 이 사업은 이제 그만하라며 규제를 계속 신설한다. 이러니 기업들이 한국에 맘놓고 투자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과감한 규제 개혁, 노동시장 개혁, 세제 개혁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희망은 있다. 상인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들이 나타나고, 위기 극복에 써달라며 거액을 기부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진의 희생과 용기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손이 부족한 대구로 내려가 환자를 돌보겠다고 자원한 의료진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대구 의료진의 사투에 눈물이 난다.

우리는 그 어렵다는 외환위기도 극복한 자랑스러운 나라다. 기업과 근로자들은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감내했으며 나랏빚을 갚기 위해 3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에 참여했다. 당시 보여준 국민의 희생정신은 세계를 감동시켰다. 이번에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혐오와 원망으로 분열되기보다 힘을 합쳐 다시 한번 이 위기의 큰 산을 넘는다면 우리는 더 건강하고 부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