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각도 중심지로 확대…김장 부담 덜어주고 맛도 좋아 인기

"정신이 번쩍 들게 쩡하고 시원한가 하면, 혀가 넘어갈 정도로 감칠맛 있고 먹을수록 구미를 돋구는 얼벌벌한 맛, 달면서도 새큼한 맛…"
북한 매체가 자랑하는 김치의 맛. 겨울이 길고 식료품이 부족한 북한은 김치를 '반년 식량'이라 부르고, 한 번에 수백 포기의 김치를 담가 '김장전투'라는 말을 쓴다.

북한은 2015년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고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김치 전시회를 열 정도로 김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제는 공장 김치도 대중화되는 추세다.

'김장전투'하던 북한에 '포장김치' 대중화…김치공장 잇단 준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김장철 풍경이 새로워지고 있다"며 "평양의 곳곳에 전개된 봉사 매대들에서는 주문 및 송달, 이동 봉사를 진행하는데 겨울철에는 김치를 사람들이 마음껏 봉사 받게 하기 위해 그 가격도 봄, 여름, 가을보다 눅어진다고(싸진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새로 세워진 김치공장은 신의주와 평성, 해주와 송림, 청진과 강계, 남포시 등 7곳이나 된다.

새해에는 원산에도 새로 들어섰다.

종전에는 평양에만 있었으나 이제는 각 도의 행정 중심지에 김치공장이 들어서며 도민의 김장 수요를 채우는 셈이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북한에서 김치공장 건설은 가정의 김장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평양에 김치공장을 건설해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김장용 채소 부족으로 공급제가 무너졌다.

2000년대 들어 외화벌이 차원에서 진공포장 기술과 장기 보존 기술을 개발해 품질 향상을 시도하면서 수출에도 힘썼다.

2006년 남북 합작회사인 '평양함영식품회사'가 모든 재료를 북한산으로 사용한 전통 평양식 김치를 남한에서 출시하기도 했다.

또 2003년 전 세계적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자 김치가 반짝 주목을 받았는데, 노동신문은 지금도 "21세기 악마의 병으로 불린바 있는 사스가 세계를 휩쓸 때 그 예방 식품으로 제일 주목된 것이 다름 아닌 김치"라고 소개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장마당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도 계절과 상관없이 재료 구매가 가능해져 주민들의 김장 양이 줄어들었다.

'김장전투'하던 북한에 '포장김치' 대중화…김치공장 잇단 준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6월과 2017년 1월 평양 류경김치공장을 두 차례나 현지 시찰하며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군수산업과 중공업에 집중했던 전대와 달리 김정은 집권 이후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자가 진행됐다"며 "특히 식품 공장이 많이 건설됐다"고 말했다.

김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김치공장에서는 김장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박영금 보통강구역 김치공장 지배인도 김장철을 맞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통배추 김치와 백김치, 석박김치와 동치미, 갓김치를 비롯해서 주민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 김치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공장 김치가 집에서 만드는 것보다 빛깔 등에서 떨어져 보이지만 실제 맛은 못지않게 좋아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장전투'하던 북한에 '포장김치' 대중화…김치공장 잇단 준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