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로 물든 낙동강. 사진=연합뉴스.
녹조로 물든 낙동강. 사진=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미생물 상호작용(네트워크)을 분석해 녹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의 안치용 책임연구원팀은 녹조가 발생하고 사멸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규명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생활하수, 가축분뇨 등의 과다 유입(부영양화)으로 발생하는 녹조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독소로 인한 냄새가 심한 데다 물고기 폐사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녹조는 대체로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다른 박테리아, 조류, 동물성 플랑크톤 등과 어떻게 상호작용해 확산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유전형(동종 생물 내에서 염기서열이 달라진 개체)을 수시로 바꿔 연구가 더 까다로웠다. 모양도 예측 불가능하다. 수백~수천 마리 세포가 모여 불규칙적인 ‘무정형’ 군집을 이루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대청호의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세 지점에서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매주 시료를 채취하고, 수질 분석과 함께 미생물 집단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했다. 통계분석 프로그램 ‘R’, 네트워크 시각화 프로그램 ‘사이토스케이프’ 등을 통해 현장에서 채취한 DNA 데이터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미생물이 10개 미만으로 함께 모여 움직이는 모습(일명 모듈)이 발견됐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또 다른 남조류 ‘수도아나배나’와 함께 늘어나고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고 마이크로실라시, 피렐룰라 등 박테리아와도 상호작용했다.

특정 남조류 유무에 따라 녹조가 걷히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름철엔 기생성 남조류 ‘뱀피로비브리오날레스’가 많아질수록 녹조가 빨리 없어지고, 가을엔 동물성 플랑크톤 ‘스키스토디압토머스’가 많을수록 녹조가 빨리 사라졌다.

안치용 연구원은 “아직 뱀피로비브리오날레스와 스키스토디압토머스를 인위적으로 배양할 방법이 없어서 문제”라며 “최근 널리 연구되는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 유전체) 및 네트워크 분석 기술을 녹조 연구에 적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생물 군집을 조절하는 친환경 녹조 제거기술 개발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수자원 분야 국제 저널인 ‘워터 리서치’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