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업체 삼천리가 주식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본업인 도시가스 소매사업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주주들이 줄곧 요구해온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적이나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천리는 보합인 7만98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삼천리 주가가 8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5년 5월 이후 이달이 처음이다. 삼천리 주가는 작년 고점 대비 29.07% 하락했다.

날씨 따뜻하지만 실적 우려 없어

"삼천리, 신저가 수수방관" 뿔난 주주들
삼천리는 과거부터 주가가 날씨와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이 영상 2.3도에 이르는 등 올겨울이 ‘역대급으로 따뜻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난방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저하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업인 도시가스 사업이 부진하면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주가 변동과 별도로 날씨가 삼천리의 연간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신 센터장은 “도시가스 소매업은 기본적으로 적정투자보수가 보장받는 규제산업으로, 연간 실적 측면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삼천리의 작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910억원이다.

자본 활용과 배당에 지친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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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삼천리에 흥미를 잃은 것은 영업활동 부진 탓도 있지만 배당과 자본 활용 등에서 효율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극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천리가 풍부한 현금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천리의 추정 유동금융자산은 7036억원에 육박한다. 삼천리 시가총액(323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만 보면 0.26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됐다. 하지만 자본효율성이 낮아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자기자본)은 3.93%에 불과하다.

주주들은 삼천리가 자본 활용을 개선할 수 없다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조치를 시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묵묵부답이다. 삼천리 지분 6.07%를 보유한 3대 주주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2년 연속 주주총회에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했지만 관련 안건은 매번 부결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천리는 2년 단위로 주당배당금을 500원씩 올려왔다”며 “올해도 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주당 3500원가량을 배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배당 등에 대한 시장 우려는 알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 결산을 마치고 사업 현황 등을 고려해 배당 및 주주환원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