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상당한 개인 재산을 남겼다. 주식과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그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식들에게 재산 대부분을 증여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랐다. 신 명예회장의 개인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롯데 측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가족 간 상의를 거쳐 적절한 방안을 찾을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1조 넘는 辛 명예회장 재산…롯데그룹 '신격호재단' 세울 수도
내부적으론 상당 기간 처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공헌을 위한 ‘신격호재단’ 설립이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롯데장학재단, 신 명예회장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발전을 위해 설립한 롯데삼동복지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울산과학관 건립 비용 240억원, 영도대교 복원공사 비용 1100억원, 부산오페라하우스 설립 비용 1000억원 등도 개인적으로 내놨다.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신 명예회장의 ‘선행’들이다.

신격호재단이 설립되면 사후에도 그의 뜻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명예회장 생전에 이루지 못 한 ‘꿈’을 실현할 수단이 될 수 있다. ‘국민에게 사랑받고, 공감을 얻는 롯데’란 이미지를 얻는 것이다.

재단 운영을 위한 신 명예회장 개인 재산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당장 매각이 가능한 상장사 주식만 해도 2000억원어치가 넘는다. 롯데지주 지분 3.1%의 가치가 가장 크다. 시가로 1200억원 안팎이다. 또 롯데칠성음료 지분 1.3%, 롯데쇼핑 0.93%, 롯데제과 4.48% 등도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부동산도 있다. 인천 계양에 있는 골프장 부지 166만7392㎡의 가치만 해도 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본 롯데 관계사들 보유 지분도 적지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 지분 0.83%를 비롯해 롯데홀딩스(0.45%), LSI(1.71%), 롯데그린서비스(9.26%), 패밀리(10%) 등이다.

재단에 신 회장 보유 주식과 부동산을 일부 출연하고, 필요할 때마다 매각하면 주가와 시장에도 큰 부담은 없다.

신격호재단이 실현되려면 유족 동의가 필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이 방안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뜻이 좋고, 의미가 있다면 신동주 회장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