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으로 변해가는 대학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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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다니엘 페인 칼리지 픽스 부주필
광신주의 빠진 학생 운동가들
자신들 정치 이념 반대하면
사나운 개처럼 으르렁거려
다니엘 페인 칼리지 픽스 부주필
광신주의 빠진 학생 운동가들
자신들 정치 이념 반대하면
사나운 개처럼 으르렁거려
대부분 미국인들은 고등교육이 수십 년 동안 아주 편협하고 광적이며 타협할 수 없는 ‘진보적 활동주의’ 변종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때때로 대학 교직원들도 정기적으로 ‘이단적인’ 연설자들을 캠퍼스에서 쫓아낸다. 학생들은 공포에 질린 대학 관료들로부터 완전한 ‘충성 서약’을 요구한다. 자신들의 뜻대로 할 수 있게 방해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이념적 일탈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고 파괴한다.
이런 환경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떠오르게 한다. 동물농장에서는 아무도 감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 한다. 사납고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사방을 돌아다니고, 충격적인 범죄를 자백한 동료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대학 캠퍼스는 어쩌면 이보다 더 편협하다. 여기에서의 정치 철학은 반대되는 생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반대한다는 생각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거꾸로 된 상위인지 개념(the concept of metacognition in reverse)’과 약간 비슷하다. 광신주의와 융통성 없는 독단주의에 사로잡힌 이 대학 운동가들은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메릴랜드에 있는 워싱턴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곳 학생들은 개봉되기 하루 전에 캠퍼스 내 연극을 중단시키는 로비에 성공했다. 분노한 학생들은 래리 슈의 연극 ‘외국인’이 미국의 비합법적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단)’의 사악한 익살을 묘사한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연극은 전체로 보면 KKK 단원들을 동정어린 시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그 작품의 악당이고, 그들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른다. 그러나 학생들은 배우들이 입을 KKK단의 의상에서부터 매우 화가 났기 때문에 연극은 중단돼야만 했다. 대학 관계자는 “연극부가 학생 운동가들과 만족스러운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전국의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이 있을 때 단지 불쾌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곤경에 빠졌다. 에모리대의 폴 즈위어 법대 교수는 몇 가지 사례로 흑인 비하 단어인 ‘N-word’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로부터 큰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즈위어 교수는 그 단어를 누구에게든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판례법에 대한 논의 일부로, 그러고 나서 사적인 대화에서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그것을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즈위어 교수가 그들의 ‘안전하고 감정적인 행복’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즈위어 교수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은 또 다른 학생은 마치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한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학 교수진은 즈위어 교수가 더이상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원했다. 왜냐면 그와 같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스텍사스대의 한 직원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연설의 예로서 흑인 비하 발언을 언급했다가 직장을 잃었다. 학생들은 그가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하면서 해고를 요구했다. 미니애폴리스의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는 한 교수가 흑인 비하 단어를 직접 사용한 제임스 볼드윈의 책에 대해 토론하는 동안 그 단어를 말했다. 이후 그 교수는 학생들의 항의로 정학당했다. 캔자스대 한 교수는 수업 시간에 그 단어를 언급했다가 해고당했다.
이 사건들은 우리가 이미 익숙해진 캠퍼스 히스테리의 전부가 아니다. 캠퍼스 활동에서 점점 더 강렬해지는 교내 활동주의 종파는 단지 다른 의견일 뿐 아니라 심지어 다른 의견들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새롭고 훨씬 더 비타협적인 진보정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과거 KKK단만큼 타협하지 않고 급진적이다.
이 현상에는 대학 관리자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 그들은 너무 빨리 정치적 광신자들에게 대학을 내줬고, 그 결과로 이제 캠퍼스는 동물농장이 됐다. 물론 이 사태의 가장 큰 주범은 학생 운동가들이다.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는 광신도들 말이다. 그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헤어나기 힘든 어리석음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은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이라고 믿겠지만, 결국은 대학의 동물농장은 그 자체의 문제점으로 붕괴될 것이다.
원제=There’s No Safe Space for Ideas on Campus ‘Animal Farms’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이런 환경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떠오르게 한다. 동물농장에서는 아무도 감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 한다. 사납고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사방을 돌아다니고, 충격적인 범죄를 자백한 동료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지금 대학 캠퍼스는 어쩌면 이보다 더 편협하다. 여기에서의 정치 철학은 반대되는 생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반대한다는 생각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은 ‘거꾸로 된 상위인지 개념(the concept of metacognition in reverse)’과 약간 비슷하다. 광신주의와 융통성 없는 독단주의에 사로잡힌 이 대학 운동가들은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메릴랜드에 있는 워싱턴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곳 학생들은 개봉되기 하루 전에 캠퍼스 내 연극을 중단시키는 로비에 성공했다. 분노한 학생들은 래리 슈의 연극 ‘외국인’이 미국의 비합법적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단체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KKK단)’의 사악한 익살을 묘사한 것에 화가 났다.
그러나 그 연극은 전체로 보면 KKK 단원들을 동정어린 시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반대로 그들은 그 작품의 악당이고, 그들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른다. 그러나 학생들은 배우들이 입을 KKK단의 의상에서부터 매우 화가 났기 때문에 연극은 중단돼야만 했다. 대학 관계자는 “연극부가 학생 운동가들과 만족스러운 타협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전국의 다른 교수들도 학생들이 있을 때 단지 불쾌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곤경에 빠졌다. 에모리대의 폴 즈위어 법대 교수는 몇 가지 사례로 흑인 비하 단어인 ‘N-word’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로부터 큰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즈위어 교수는 그 단어를 누구에게든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판례법에 대한 논의 일부로, 그러고 나서 사적인 대화에서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그것을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즈위어 교수가 그들의 ‘안전하고 감정적인 행복’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즈위어 교수가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은 또 다른 학생은 마치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한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대학 교수진은 즈위어 교수가 더이상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원했다. 왜냐면 그와 같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스텍사스대의 한 직원은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연설의 예로서 흑인 비하 발언을 언급했다가 직장을 잃었다. 학생들은 그가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하면서 해고를 요구했다. 미니애폴리스의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는 한 교수가 흑인 비하 단어를 직접 사용한 제임스 볼드윈의 책에 대해 토론하는 동안 그 단어를 말했다. 이후 그 교수는 학생들의 항의로 정학당했다. 캔자스대 한 교수는 수업 시간에 그 단어를 언급했다가 해고당했다.
이 사건들은 우리가 이미 익숙해진 캠퍼스 히스테리의 전부가 아니다. 캠퍼스 활동에서 점점 더 강렬해지는 교내 활동주의 종파는 단지 다른 의견일 뿐 아니라 심지어 다른 의견들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새롭고 훨씬 더 비타협적인 진보정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과거 KKK단만큼 타협하지 않고 급진적이다.
이 현상에는 대학 관리자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 그들은 너무 빨리 정치적 광신자들에게 대학을 내줬고, 그 결과로 이제 캠퍼스는 동물농장이 됐다. 물론 이 사태의 가장 큰 주범은 학생 운동가들이다.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는 광신도들 말이다. 그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헤어나기 힘든 어리석음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은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이라고 믿겠지만, 결국은 대학의 동물농장은 그 자체의 문제점으로 붕괴될 것이다.
원제=There’s No Safe Space for Ideas on Campus ‘Animal Farms’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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