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우문에 대한 현답

▲ 갑오 = 만국보관 엮음, 이창주 옮김.
우리가 '청일전쟁', 중국이 '중일갑오전쟁' 또는 '갑오전쟁'이라고 부르는 1894~1895년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1850~1900년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내보낸 동아시아 관련 기사와 사진, 삽화를 엮은 책이다.

청일전쟁 발발 100주년을 맞아 서양 각국의 옛날 신문과 간행물을 수집, 연구하는 모임인 중국의 '만국보관(萬國報館)'이 편저했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그래픽', 프랑스의 '릴뤼스트라시옹', '미국의 하퍼스 위클리' 등은 청일전쟁 이전부터 동아시아 정세에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보도했다.

중국의 양무운동과 일본의 메이지유신에 관심이 커 이 시기의 인물, 산업정책, 도시의 모습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조선 역시 새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전쟁 시기에는 중국과 일본의 전함 비교, 전쟁 경과, 일본군의 뤼순(旅順) 대학살, 웨이하이웨이(威海衛) 함락, 전쟁에 참여한 군인의 모습, 전쟁 종결 후 체결된 시모노세키(下關) 조약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전쟁 종결 이후 삼국간섭, 이홍장(李鴻章)의 방미, 서양 각국의 중국 이권 쟁탈전, 서태후(西太后)의 광서제(光緖帝) 폐위 음모 등도 다뤘다.

책에 소개된 화보 자료는 흥미롭고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것들을 많이 포함한다.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문명화한 일본, 야만의 중국과 조선'이라는 구도다.

이는 물론 일본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편집자는 "전쟁 기간 일본은 114명의 종군기자를 초청하고 비밀리에 미국인 전문가를 채용해 국가 선전 전쟁의 총지휘를 맡기는 등 총성 없는 전쟁, 즉 미디어 전쟁을 병행했다"면서 "그러나 역사 인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모든 자료를 원판 그대로 게재하고 원문을 번역한다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서해문집. 416쪽. 2만5천원.
[신간] 갑오·정조의 말
▲ 정조의 말 = 정창권 엮음.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의 어록집 '일득록'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엮었다.

일득록은 규장각 신하들이 평소에 보고 들은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 일부로 수록됐으며 문학 5권과 정사 5권, 인물 3권, 훈어 5권 등 총 18권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이를 주제별로 나눠 마음 공부, 오늘 하루, 나다운 나, 배운다는 것, 온전한 삶, 처음처럼, 나아갈 길 7개 장으로 재정리했다.

정조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배움으로 자신을 가꾸고 다스렸으며 누구보다 올바른 삶을 찾고자 한 군주였다.

또 군주이기 전에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고 나를 나답게 하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책에는 이런 정조의 면모가 잘 나타난다.

이다북스. 256쪽. 1만4천원.
[신간] 갑오·정조의 말
▲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우문에 대한 현답 = 권오향·김기섭·김슬옹·임종화 지음.
지난 2018년 3월 출간돼 학계와 일반 대중에 작지 않은 파문을 야기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책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를 세종대왕 전문가들이 반박한다.

이 전 교수는 세종이 시행한 사대주의 강화, 노비제 확대, 기생제 확충 등을 근거로 "세종은 당대 양반들에게나 성군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이 전 교수가 제시한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사대주의에 관해서는 "작고 약한 나라가 크고 강한 나라에 굴종하는 것은 종묘와 사직을 보전하고 백성을 평안케 하는 고육지책"이라면서 "일부 사료 가운데 자신의 주장에 적합 기사를 선택적으로 인용하거나 명백한 근거 없는 추정에 따라 세종을 사대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조선왕조실록 기사들을 근거로 세종이 노비 양산과 억압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 역시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세종은 노비도 하늘을 대신해 군주가 보살펴야 할 천민(天民), 즉 하늘의 백성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정치 철학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읽어 역사를 말살해서는 안 되며 당대의 인물은 인품과 치적을 중심으로 바르게 평가돼야 한다"면서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백성을 사랑했으며 민족 문화를 빛낸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인 세종은 지금의 잣대로 보더라도 진정한 성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보고사. 256쪽. 1만5천원.
[신간] 갑오·정조의 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