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족 중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 아무런 직책이 없어요. 상속세는 내야 하는데, 혼자만 고정 소득이 없으니 화가 났을 겁니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29일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3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별세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17.84%는 법정 비율에 따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3남매에게 각각 1.5 대 1 대 1 대 1 비율로 상속됐다. 이들 일가의 상속세는 총 2700억원으로, 3남매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각각 약 600억원이다. 5년간 분할 납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지난 4월 그룹 총수에 올랐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월, 이 고문은 8월에 자리를 잡으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조 전 부사장만 홀로 직책을 맡지 못해 고정소득이 없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 1.53%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대한항공은 올해 순이익이 급감해 내년 초 배당금 수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조현아, 상속세 내야하는데 혼자만 직책 없어 폭발"
조 회장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와 관련한 질문에 “나는 소득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남매들)은 소득이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당시 간담회에서 “이익 안나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말한 것도 조 전 부사장을 자극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작년까지 맡았던 호텔·레저 사업 등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 측근들이 연말 인사에서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된 점도 그가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연말 인사 때 복귀를 노렸으나 복귀는커녕 기내식기판사업부 소속 측근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도”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